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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공사비 연동형 논란, 문제는 ‘비싸게 사느냐’가 아니라 ‘예측 가능하게 사느냐’

by didim8204 2026. 6. 6.

LH 신축매입약정사업의 공사비 연동형 제도를 둘러싼 건설업계의 반발은 단순한 이익 다툼으로만 볼 사안이 아니다. 이 문제의 본질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과정에서 민간 사업자에게 어느 정도의 원가 회수 가능성과 절차적 예측 가능성을 보장할 것인가에 있다. 공사비 연동형은 원래 감정평가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방식이다. 토지는 감정평가액으로 보고, 건물은 실제 설계와 공사비를 검증해 산정한다는 구조다. 이론상으로는 합리적이다. 부동산 시장가격이 아니라 실제 투입 원가를 반영하므로 과도한 고가 매입을 막을 수 있고, 동시에 공사비 급등기에 사업자의 손실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도가 실제 운영 과정에서 투명하지 않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업계 주장의 핵심은 “공사비를 깎지 말라”가 아니라 “왜 깎였는지 알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원가검증기관이 어떤 단가를 적용했는지, 어떤 품목을 불인정했는지, 물가자료와 현장 여건을 어떻게 반영했는지 공개되지 않는다면 사업자는 자신의 손익을 계산할 수 없다. 이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공공계약의 신뢰 문제다.

법적으로도 쟁점은 분명하다. LH와 사업자 사이의 매입약정은 기본적으로 계약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LH가 공고문이나 매뉴얼에서 일정한 산정 방식, 의견청취 절차, 검증보고서 오류 보정 절차를 약속했다면 이를 임의로 축소하거나 생략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 계약상 설명의무, 절차적 신뢰 보호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 특히 “공사비 연동형을 선택하면 감정평가형보다 추가 이익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설명이 있었고, 사업자들이 이를 믿고 토지 매입, 설계, 금융 조달을 진행했다면 신뢰이익 침해 주장도 가능하다.

다만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LH의 위법성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LH는 공사비 내역서가 가격심의 자료이므로 심의 공정성을 위해 별도 의견청취 절차를 운영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또한 검증 지연의 상당 부분은 사업자의 설계도서 보완, 내역서 오류 수정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이 반론도 일리가 있다. 공공기관이 국민 세금과 공공재원을 집행하면서 매입가격을 엄격히 검증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엄격한 검증과 불투명한 검증은 다르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은 비싸게 사면 배임 논란을 피하기 어렵고, 지나치게 낮게 사면 민간 공급자가 이탈해 공공임대 공급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즉 LH의 과제는 “싸게 사는 것”이 아니라 “적정하게 사는 것”이다. 적정가격은 공공성과 시장성이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돼야 한다.

경제적으로 보면 공사비 연동형의 불확실성은 PF 실행 지연, 착공 지연, 공급 감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시행사는 매입가격이 확정돼야 금융기관과 대출 조건을 협의할 수 있고, 시공사는 공사비 회수 가능성이 보여야 도급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검증이 늦어지거나 삭감 근거가 불분명하면 금융기관은 위험을 높게 보고, 결국 사업장은 멈춘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민간 신축매입약정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구조라면 이는 곧 공급 차질로 이어진다.

경제학적으로도 가격통제와 원가검증은 신중해야 한다. 원가를 낮게 인정하면 단기적으로는 공공기관의 매입단가가 낮아져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우량 사업자가 빠지고, 품질을 낮추거나 참여하지 않는 사업자만 남는 역선택이 발생할 수 있다. 건축 전문가들이 반복적으로 지적하듯이, 공사비를 무리하게 압박하면 품질·안전·하자 문제가 후행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방수, 단열, 설비, 마감, 구조 안전은 모두 비용과 직결된다. 공사비 절감이 지나치면 결국 국민이 사는 공공임대주택의 품질 저하로 돌아올 수 있다. 따라서 이 사안의 해법은 공사비를 무조건 올려주는 것이 아니다. 첫째, 원가검증 결과의 주요 삭감 항목과 산정 근거를 사업자에게 공개해야 한다. 둘째, 사업자에게 최소한의 소명·정정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셋째, 자재비와 노무비 급등분을 반영할 수 있는 기준 시점과 조정 공식을 명확히 해야 한다. 넷째, 검증기간의 법정 또는 내부 처리기한을 공개하고, 지연 사유가 LH 측인지 사업자 측인지 구분해야 한다. 다섯째, 분쟁조정 협의체를 두어 계약해지 이전에 중립적 검토를 거치게 해야 한다.LH도 억울한 측면은 있다. 고가 매입 논란이 커진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매입가격을 엄격히 검증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공공기관일수록 결과만큼 과정이 중요하다. 국민 세금을 지키기 위한 검증이라면 그 검증 절차 역시 국민과 사업자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건설업계의 문제 제기는 상당한 사실적·경제적 타당성이 있다. 다만 법적 책임을 확정하려면 개별 약정서와 매뉴얼의 문구, 실제 통보 절차, 삭감 내역, 지연 원인을 사업장별로 검토해야 한다. 현재 단계에서 가장 정확한 평가는 “제도 자체가 위법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운영 방식이 불투명했다면 계약상 신뢰보호와 절차적 정당성 문제는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임대 공급은 공공성과 민간 실행력이 함께 작동해야 가능한 사업이다. LH가 지나치게 비싸게 사서도 안 되지만, 민간이 손실을 감수하지 않으면 공급할 수 없는 가격으로 눌러서도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사비 삭감이 아니라 공사비 검증의 신뢰 회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