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째 끝나지 않은 용산 오염, 왜 ‘개발’ 이야기가 나오면 환경논쟁만 반복되는가
용산공원에 주택을 공급하느냐, 공원을 지키느냐를 놓고 다시 논쟁이 뜨겁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용산의 토양과 지하수 오염 문제는 왜 25년이 지나도록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는가.
2001년 녹사평역에서 시작된 유류오염
2001년 1월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주변에서 기름에 오염된 지하수가 발견됐다. 이후 조사와 재판을 통해 용산 미군기지 내부의 유류 저장탱크와 배관에서 유출된 기름이 주요 오염원이라는 사실이 인정됐다.
따라서 흔히 말하는 ‘벤젠 방류 사건’보다는 **‘용산 미군기지 유류 유출에 따른 벤젠 등 지하수 오염 사건’**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2013년 서울중앙지법 역시 미군이 관리하는 유류 저장탱크와 배관에서 JP-8 등의 유류가 흘러나와 녹사평역 일대를 계속 오염시킨 사실을 인정했다.
2001년부터 2026년까지 무려 25년이다.
그런데 2016년 서울시 측정에서도 녹사평역 지하수의 벤젠 최고 농도는 정화기준의 약 587배에 달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핵심 원인은 상당 기간 우리 정부와 서울시가 SOFA 체제 때문에 미군기지 내부 오염원에 자유롭게 접근해 조사·정화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서울시는 기지 밖에서 오염된 지하수를 퍼 올려 처리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했다. 수도꼭지는 잠그지 못하면서 바닥의 물만 계속 닦는 것과 비슷한 구조였던 셈이다.
서울시는 정화비용을 먼저 부담한 뒤 국가를 상대로 여러 차례 소송까지 벌여 비용을 돌려받았다. 환경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오염원을 제거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일이다.
당시 약속은 무엇이었나
2001년 오염 발견 이후 한미 양측은 조사를 진행했고, 2003년에는 녹사평역 유류오염과 관련해 미군기지 내부에서 등유가 유출됐을 가능성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오염원에 대한 직접적인 접근과 완전한 정화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결국 서울시는 수년간 기지 밖에서 지하수를 정화했고 비용을 국가에 청구하는 소송을 반복했다.
따라서 당시부터 특정 연도까지 “완전 복구하겠다”는 하나의 명확한 법적 완료시한이 합의됐다고 단정할 자료는 확인하기 어렵다.
이 부분은 정확히 말해야 한다.
문제는 오히려 여기에 있다.
25년이 지나도록 국민에게 누가, 얼마를 부담해, 어느 수준까지, 언제 정화를 끝내겠다는 명확한 종착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개발 이야기가 나오자 다시 환경문제가 뜨거워졌다
용산공원과 반환 미군기지에 주택공급 이야기가 등장하자 토양오염 문제가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주거지역은 사람들이 수십 년 생활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철저한 토양정화와 위해성 검증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며 환경단체의 문제 제기 자체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시민사회에도 묻고 싶은 질문이 있다.
개발계획이 발표될 때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정화가 완료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결과를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진정한 환경운동 아닌가.
어떤 단체가 실제로 활동을 중단했다거나 개발 때만 등장한다고 개별 증거 없이 단정하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따라서 비판의 초점은 특정 단체를 ‘뉴스 스토커’라고 규정하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든 미군이든 지방자치단체든 시민단체든 언론이든 문제를 제기했다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추적하고 책임을 묻는 사회적 시스템이 있었느냐를 따져야 한다.
시민·환경단체의 돈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시민단체라고 해서 재원이 모두 같은 것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회원 회비와 개인·기업 후원금, 민간재단 지원금, 사업수익 등이 있고,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경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사업비가 포함될 수도 있다.
따라서 특정 환경단체가 ‘정부 돈으로 운영된다’고 일괄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사실관계 확인 없이는 위험하다.
오히려 공공성이 있는 단체라면 연간 수입 중 회비·후원금·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이 각각 얼마인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신뢰를 높이는 방법이다.
정부 지원을 받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얼마를 받아 무엇에 사용했으며 이해관계로부터 독립적인 목소리를 냈는가이다.
우리는 이미 ‘천성산 도롱뇽 사건’을 경험했다
2003년 지율 스님과 시민단체 ‘도롱뇽의 친구들’ 등은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원효터널 공사가 습지와 도롱뇽 서식환경을 훼손할 수 있다며 공사금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사회적 논란은 엄청났다.
정부와 환경단체는 결국 공동 환경영향조사까지 실시했다.
그러나 공동조사에서도 의견은 갈렸다. 사업자 측은 무제치늪·대성늪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고 판단한 반면 환경단체 측은 지하수 유출 가능성 등을 이유로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06년 6월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대법원은 도롱뇽 자체에는 소송 당사자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고, 터널공사가 천성산의 환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원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도롱뇽 때문에 2조5000억원 손실’은 사실인가
이 부분은 특히 정확하게 써야 한다.
당시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에서는 공사 중단으로 약 2조5000억원의 사회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추산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것을 지율 스님이나 도롱뇽 소송 때문에 실제 확정적으로 발생한 손실이라고 쓰면 안 된다.
이후 관련 정정보도에서는 원래 2009년 4월로 예정됐던 터널 완공이 오히려 2008년 12월로 앞당겨졌고, ‘수조원의 실제 손실이 발생했다’는 표현이 바로잡혔다.
당시 확인된 시공사 측 직접손실은 약 145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도롱뇽 때문에 국가가 2조5000억원을 날렸다”는 주장은 사실로 확정된 수치가 아니다.
환경정책을 비판하려면 이런 숫자부터 정확해야 한다.
그렇다면 도롱뇽은 결국 어떻게 되었나
원효터널이 포함된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은 2010년 개통했다.
이후 현장 보도에서는 터널 위 천성산 습지에서 수량이 유지되고 도롱뇽 알과 양서류가 관찰됐다는 사례가 확인됐다.
다만 이것 역시 “터널은 환경에 아무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절대적 증거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2012년 다른 현장조사 보도에서는 일부 습지의 육지화 등 생태변화를 둘러싸고 여전히 다른 평가도 존재했다.
결론은 오히려 단순하다.
환경 문제는 공사 전의 주장만으로 승패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공사 전 조사 → 공사 중 감시 → 준공 후 장기 모니터링 데이터로 판단해야 한다.
용산에서도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말자
용산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개발이냐 환경이냐’라는 낡은 이분법이 아니다.
오염됐으면 철저히 조사하고 정화해야 한다.
주택이 부족하면 안전성이 확인된 부지는 합리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환경단체가 문제를 제기했다면 개발계획이 사라졌다고 관심까지 사라져서는 안 되고, 정부가 개발을 추진한다면 일정에 맞추기 위해 환경기준을 낮춰서도 안 된다.
그리고 25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문제의 책임을 지금 개발하려는 사람들에게만 떠넘겨서도 안 된다.
2001년 발견된 용산의 오염은 2026년이면 25년이다.
우리가 정말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왜 우리는 문제가 터질 때마다 그렇게 뜨거웠으면서, 해결될 때까지는 뜨겁지 못했는가.
환경보호는 개발을 막는 구호가 아니다.
개발 또한 환경을 무시하고 콘크리트를 붓는 행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염은 끝까지 정화하고, 책임자는 책임지고, 안전성이 입증된 땅은 국민을 위해 제대로 활용하는 것. 그것이 환경과 개발 사이에서 대한민국이 이제 선택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원칙이다.
※ 본 글은 법원 결정, 서울시 관련 소송 및 공개된 환경조사·언론자료를 교차 확인해 작성한 의견·분석 글입니다. 특정 시민·환경단체의 불법행위나 재정상 이해충돌을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단정하지 않았으며, 천성산 관련 2조5000억원 역시 실제 확정손실이 아닌 당시 추산치로 구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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