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변 아파트가 평당 2억원 시대에 진입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가격이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반포, 압구정, 한남동 등 이른바 '한강 벨트'는 단순한 주거공간을 넘어 하나의 희소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넘어 사회적 계층 구조의 고착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집이 거주의 수단이었다면 현재의 서울 핵심지역 아파트는 사실상 자산 증식의 수단이자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수단이 되었다. 이제 서울의 일부 지역에서는 같은 직장에 다니고 같은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조차 부모 세대의 자산 유무에 따라 평생 따라잡기 어려운 격차가 발생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청약제도는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특히 청년층과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많은 청년들은 국가가 운영하는 청약제도를 신뢰하며 수년간 청약통장에 납입금을 불입해 왔다. 정부 역시 오랫동안 청약제도를 통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겠다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최근 시장에서는 당첨이 곧 내 집 마련을 의미하지 않는다.
분양가 상승과 금융규제 강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당첨 이후 중도금과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의 일반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20억~30억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스트레스 DSR 등 금융규제는 강화되면서 실제 대출 가능 금액은 분양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현금 동원 능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는 계약을 포기하거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적인 금융 부담을 떠안게 된다.
역대 정부의 정책은 어떻게 시장을 변화시켰는가
현재의 상황을 특정 정부 하나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서울 주택가격 상승은 수십 년간 누적된 공급 부족과 규제 정책, 저금리 환경, 인구 집중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투기지역 지정 등 강력한 수요 억제 정책이 시행되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보금자리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시장 침체에 대응하는 정책이 중심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재건축 규제 완화와 저금리 정책이 시행되며 주택 거래가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20차례가 넘는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었다. 다주택자 규제와 세금 강화, 대출 규제 등이 시행되었지만 서울 도심 공급 부족 문제와 맞물리면서 오히려 가격 상승을 경험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 정책을 추진했지만 공사비 상승과 금리 부담, 사업성 악화로 인해 실제 공급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어느 정부도 집값 안정과 공급 확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완벽하게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 학계와 시장의 공통된 평가다.전세의 붕괴와 자산 양극화 전세시장의 축소 역시 중요한 변수다.전세사기 사태 이후 보증제도 강화와 금융규제가 확대되면서 임대인들의 부담이 증가했고, 전세 공급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세 물량은 더욱 감소하고 있다. 전세가 줄어들면 무주택 세대는 월세시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월세는 자산 축적보다는 소비 성격이 강하다. 결국 자가 보유자는 자산 상승의 혜택을 받는 반면, 무주택자는 월세 부담으로 인해 자산 형성이 더욱 어려워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자산 기반 불평등(Asset-Based Inequality)의 전형적인 형태다.
법적 관점에서 본 국가의 역할
대한민국 헌법 제35조는 국민의 쾌적한 주거생활을 위한 국가의 노력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이를 개별 국민이 특정 주택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해석하지는 않는다. 즉 국가는 주거 안정을 위해 노력할 의무는 있지만 특정 가격의 주택을 공급하거나 특정인의 자산 형성을 보장할 의무까지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청약 당첨자가 대출 규제로 인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위법한 행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 보호 원칙 측면에서는 지속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학계에서 제기된다.
앞으로의 과제
현재 서울 부동산시장은 사실상 세 개의 시장으로 분리되고 있다.
첫째는 반포·압구정·한남동 등 초고가 희소자산 시장이다.
둘째는 마포·성동·광진·동작 등 한강벨트 중고가 시장이다.
셋째는 비강남권 일반 주택시장이다.
이들 시장은 동일한 서울 안에 존재하지만 가격 결정 방식과 수요층이 전혀 다르다. 특히 한강변 핵심지역은 일반적인 주거재가 아닌 희소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어 향후에도 별도의 가격 체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청년층과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규제 강화나 완화가 아니라 도심 공급 확대, 금융 접근성 개선, 장기 공공주택 확충, 전세시장 안정화 정책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서울의 부동산 시장은 앞으로도 '사는 곳'이 아니라 '가진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변해갈 가능성이 높다. 평당 2억원 시대의 진짜 문제는 가격 그 자체가 아니다. 그 가격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간격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