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는 늘 두 종류의 사람이 있었다. 하나는 법과 절차를 지키며 긴 시간을 버티는 실수요자이고, 다른 하나는 법의 빈틈을 투자기법이라 포장하며 남보다 먼저 이익을 챙기려는 투기적 투자자다. 문제는 후자가 언제나 자신을 “시장 참여자”라 부르고, 편법을 “노하우”라 부르며, 법망을 피해 얻은 이익을 “실력”이라 포장해 왔다는 점이다.
최근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지위양도와 관련한 정부 해석은 이 오래된 관행에 제동을 건 사건이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양도가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예외적으로 1세대 1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하는 등 실수요에 가까운 경우에만 양도가 허용된다. 이는 재건축·재개발의 입주권이 투기상품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그런데 시장은 늘 빈틈을 찾았다. 공유자 중 한 명만 예외요건을 충족하면 전체 지분의 조합원 지위가 승계될 수 있는 것처럼 해석하거나, 예외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공유자의 지분을 다른 공유자가 사들이는 방식으로 규제를 우회하려 했다. 겉으로는 지분 정리이고, 내부적으로는 가족·공유자 간 정리처럼 보이지만, 실질은 규제 회피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러한 방식에 대해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공유부동산이라고 해서 대표 조합원 한 명의 요건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양도인별로 각각 예외요건을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즉 50% 지분을 가진 A가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나머지 50% 지분을 가진 B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면 B의 지분까지 당연히 조합원 지위가 승계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국토부 해석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예외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공유자의 지분은 다른 공유자가 사들였더라도 현금청산 대상이라는 취지다.
이 판단은 단순한 행정해석의 변경이 아니다. “형식은 합법처럼 보이지만 실질은 규제 회피인 거래”에 대해 법원이 실질을 보겠다는 신호다. 부동산 투기에서 가장 흔한 수법은 언제나 형식의 조작이었다. 명의만 나누고, 지분만 쪼개고, 법인을 세우고, 가족 간 거래처럼 꾸미고, 장기보유자와 단기투자자를 섞어 규제를 빠져나간다. 그러나 법의 목적은 종이 위의 형식만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공정성과 실수요자의 기회를 보호하는 데 있다.
한국, 일본, 뉴욕의 투자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세 나라 모두 대도시 부동산은 희소성이 크고, 개발이익은 막대하며, 정보가 빠른 사람이 유리하다. 그래서 투기적 투자자는 늘 규제보다 먼저 움직인다. 한국에서는 재건축 입주권과 조합원 지위, 일본에서는 도쿄 등 대도시의 단기 매매차익, 뉴욕에서는 법인·LLC를 통한 고가 부동산 보유와 지분 이전이 대표적이다. 이름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부동산을 거주 공간이 아니라 권리와 세금, 규제의 틈새를 사고파는 금융상품으로 보는 것이다.
다만 차이도 분명하다. 한국은 재건축·재개발이라는 특수한 도시정비사업 구조 때문에 “조합원 지위” 자체가 투기의 핵심이 된다. 단순한 집 한 채가 아니라 미래 신축 아파트를 받을 권리, 즉 입주권 프리미엄이 거래의 중심이 된다. 그래서 지분 쪼개기, 공유자 요건, 현금청산 여부가 시장가격을 좌우한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재건축 조합원 지위 거래보다는 보유기간에 따른 세금 차등이 강하게 작동한다. 일반적으로 5년 이하 단기 보유 부동산 양도차익에는 장기 보유보다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짧게 사고팔아 차익을 얻는 행위에 더 무거운 세금을 부과해 투기 속도를 늦추는 방식이다. 즉 일본은 “권리 승계 제한”보다는 “단기 차익 과세”에 무게를 둔다.
뉴욕은 또 다르다. 뉴욕은 부동산 이전세, 고가주택에 대한 추가세, 법인·LLC를 통한 거래의 실소유자 공개 등으로 우회거래를 추적한다. 특히 부동산을 직접 사고파는 대신 부동산 보유 법인의 지분을 이전하는 방식까지 과세와 신고의 범위에 넣는다. 이는 “소유권 이전이 아니니 세금을 피할 수 있다”는 식의 구조를 막기 위한 장치다.
결국 세 나라의 공통된 결론은 하나다. 부동산 투기는 법 조문 하나를 어기는 방식으로만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위험한 투기는 법을 잘 아는 사람들이 법의 목적을 거스르면서 형식만 맞추는 방식으로 발생한다. 그래서 부동산 규제는 문구보다 실질을 봐야 하고, 조합·지자체·국토부·법원은 예외규정이 투기의 통로가 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물론 모든 투자를 불법으로 볼 수는 없다. 정당한 투자와 투기는 구별돼야 한다. 자신의 자본으로 위험을 부담하고, 세금을 내며, 법이 정한 절차를 따르는 투자는 시장경제의 일부다. 그러나 실거주자를 위한 예외규정을 이용해 입주권을 사고팔고, 공유지분을 조작해 현금청산을 피하려 하며, 법의 허점을 “투자비법”이라 판매하는 행위는 정당한 투자가 아니다. 그것은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고, 성실하게 법을 지킨 사람에게 손해를 떠넘기는 행위다.
이번 조합원 지위양도 해석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편법이 합법보다 빠르던 시장에 “법의 목적은 형식보다 우선한다”는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되려면 규제를 지킨 사람이 손해 보고, 규제를 피해 간 사람이 이익을 보는 구조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법은 느릴 수 있다. 그러나 한 번 방향을 잡으면 분명해야 한다.
부동산은 누군가에게는 평생 모은 돈으로 마련하는 삶의 터전이다. 누군가의 편법적 수익을 위해 실수요자의 기회가 빼앗기고, 조합의 질서가 흔들리고, 도시정비사업이 투기판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대법원 판례와 정부 해석은 늦었지만 필요한 경고다.
편법을 투자라 부르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법을 지킨 사람이 바보가 되는 시장은 건강한 시장이 아니다. 진짜 시장경제는 법의 빈틈을 파고드는 자가 아니라, 법과 신뢰 위에서 경쟁하는 자를 보호할 때 비로소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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