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부족하다는데 왜 건설사는 삽을 못 뜰까?…진짜 문제는 ‘미착공’이다
정부는 주택공급을 늘리겠다고 한다. 서울시도 인허가 단축과 정비사업 속도전에 나섰다.
그런데 건설현장의 현실은 다르다.
공사비는 오르고, PF 문턱은 높아지고, 공사기간은 길어지고 있다. 집을 지어도 분양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정작 소비자는 DSR·LTV 등 금융규제로 자금 마련이 어렵다.
결국 지금 주택시장은 이상한 상황에 빠져 있다.
“건설사는 싸게 지을 수 없고, 국민은 비싸서 살 수 없다.”
미분양보다 무서운 것은 ‘미착공’ 최근 건설공사비지수는 계속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고 PF 시장 역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사업성이 있어도 금융기관의 PF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높은 금융비용 때문에 착공을 미루는 사업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기에 안전기준 강화, 주 52시간제, 숙련공 부족, 지하층 확대와 고층화, 폭염·집중호우까지 겹치면서 실제 공사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공사가 길어지면 단순히 입주만 늦어지는 것이 아니다.
공기 증가 → PF 이자 증가 → 인건비·현장비 증가 → 공사비 상승 → 분양가 상승
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지금은 이미 지어진 집이 팔리지 않는 ‘미분양’만큼 앞으로 지어야 할 집이 착공조차 못 하는 ‘미착공’을 경계해야 한다.
인허가만 줄인다고 집이 빨리 지어질까?
정부와 서울시는 인허가 기간을 줄이고 정비사업 권한을 조정해 공급을 앞당기려 한다.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인허가가 빨라지는 것과 실제 아파트가 빨리 공급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주택 한 채가 만들어지려면
토지 → 인허가 → PF·보증 → 착공 → 시공 → 분양 → 주택대출 → 입주
까지 모두 연결되어야 한다.
한 곳만 막혀도 사업은 멈춘다.문제는 지금 각 기관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급,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은행은 PF 위험, 보증기관은 보증 리스크, 건설사는 공사비, 국민은 집값과 대출을 본다. 각자의 판단은 맞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가 **‘집을 짓기 어려운 시장’**이라면
정책 전체를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정책은 책상에서 만들지만 집은 현장에서 짓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부동산 대책이 아니다.
정부·지자체·금융기관·보증기관·시행사·건설사가 함께 20~30년을 바라보는 일관된 주택공급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인허가만 풀어서도 안 되고 PF만 풀어서도 안 된다.
공사비·금융·보증·인허가·시공·분양·실수요자 대출을 하나의 연결된 산업으로 봐야 한다.앞으로 집값보다 먼저 봐야 할 숫자가 있다.
바로 ‘착공’이다.
오늘 착공하지 않은 아파트는 몇 년 뒤 입주할 수도 없다.
집이 부족한데 건설사가 짓지 않는다면, 건설사를 탓하기 전에 왜 지을 수 없는 구조가 되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공급물량보다 국민에게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착공해 완공되고, 평범한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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