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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은 정부 혼자 할 수 없다. 국민과 함께해야 가능한 일이다

by didim8204 2026. 7. 10.

정부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공급 확대를 약속한다. 최근 LH는 서울 서초구 서리풀 공공주택지구의 착공과 분양 시기를 1년 이상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수도권 135만 가구 공급 목표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공급 계획을 발표하는 것과 실제로 주택을 완성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현장을 보면 답은 분명하다. 주민 반대, 토지 보상, 환경 문제, 기반시설 설치, 공사비 상승, 금융 조달, 인허가 지연 등 수많은 장애물이 존재한다. 결국 공급은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토지를 제공하는 주민, 사업을 수행하는 건설사,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기관, 그리고 지역사회의 협력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은 오랫동안 정부가 공급량을 결정하면 시장이 따라올 것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공공주택지구 지정 이후 행정소송이 이어지고, 주민들은 생존권과 재산권을 이유로 개발을 반대한다. 정부는 공익을 이야기하고 주민은 삶의 터전을 이야기한다. 어느 한쪽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이러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강제 개발'보다 '사회적 합의'를 우선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은 대규모 도시개발 과정에서 지방정부와 주민이 장기간 협의하는 절차를 제도화하고 있다.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초기 단계부터 주민 의견을 반영하고, 교통·교육·공원 등 생활 인프라를 함께 논의한다. 시간이 더 걸릴 수는 있지만, 착공 이후의 갈등과 소송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편이다.
*일본 역시 도시재생과 재개발에서 토지소유자들의 동의를 매우 중요하게 본다. 권리변환 방식 등을 활용해 기존 소유자가 개발 이후에도 일정한 권리를 유지하도록 설계함으로써 사업 참여를 유도한다. 개발을 강요하기보다 함께 이익을 나누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싱가포르는 정부가 토지를 광범위하게 보유하고 있어 공공주택 공급 속도가 매우 빠른 국가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는 오랜 기간 축적된 토지제도와 국가 구조를 바탕으로 한 특수한 사례다. 같은 방식을 사유재산권이 강한 국가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영국 역시 대규모 주택 공급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반대와 인허가 지연으로 계획이 늦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공급 확대가 어느 나라에서나 단순한 행정 명령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이제 공급 정책의 방향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다.
*첫째, 주민을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사업의 동반자로 인정해야 한다.
*둘째, 보상만이 아니라 생활환경 개선, 교통 확충, 교육시설, 지역 상권 활성화 등 개발 이후의 미래 비전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셋째, 민간 건설사의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공급은 지속될 수 없다. 적정 공사비와 합리적인 금융지원, 예측 가능한 인허가 제도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넷째,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급 방식과 규제가 크게 달라진다면 주민도 기업도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결국 주택 공급은 정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제도를 만들고, 지방자치단체는 행정을 지원하며, 주민은 협조하고, 민간은 투자하고, 금융기관은 자금을 공급할 때 하나의 주택이 완성된다. 어느 한 축이라도 무너지면 공급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주택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국민의 삶과 재산이 모여 있는 공간이다. 따라서 공급 정책도 행정 중심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정부가 국민을 믿고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공급은 속도를 낼 수 있다. 숫자로 발표하는 공급 계획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함께 만들어 가는 공급 시스템이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집값 안정과 주거 안정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