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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불안의 본질은 ‘임대사업자 혜택’이 아니라 공급 실패다

by didim8204 2026. 6. 23.

지금 한국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위험은 집값 상승 그 자체만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서울과 서울 근교에서 살 수 있는 집, 빌릴 수 있는 집, 새로 공급될 집이 동시에 부족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매매·전세·월세가 함께 오르는 현상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공급 부족이 누적된 시장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압력이다.

정부는 등록임대주택 세제 혜택을 줄여 매물을 시장에 내놓게 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본질적 처방이라기보다 단기적 매물 짜내기에 가깝다. 등록임대주택이 매매시장으로 나오면 일시적으로 매매 공급은 늘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전월세 시장의 임대 물량은 줄어든다. 이미 전세 물량이 부족하고 월세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임대주택을 매매시장으로 밀어내는 정책은 무주택 서민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최근 5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악화됐고, 서울 전월세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향후 입주 물량도 문제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2027~2029년 서울 아파트 연평균 입주 물량은 직전 3년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한 심리 문제가 아니라 물량의 문제다.

해외의 성공 사례는 공통적으로 단기 규제가 아니라 장기 공급 체계를 갖고 있었다.
싱가포르는 공공이 토지와 주택 공급을 강하게 관리해왔다. 국민 다수가 공공주택에 거주하고, 정부가 토지 확보·주택 건설·금융 지원을 결합해 주거 안정을 추진했다. 물론 최근 싱가포르도 재판매 공공주택 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겪고 있지만, 정부가 신규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대출 규제 조정을 병행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스트리아 빈은 장기 공공임대와 제한이윤 주택조합을 통해 임대시장을 안정시켜온 대표 사례다. 핵심은 임대료를 억누르는 행정명령 하나가 아니라, 장기간 저렴한 임대주택 재고를 꾸준히 축적해온 제도다. 빈의 사회주택 모델은 이윤을 제한하되 민간·공공·협동조합이 함께 공급을 유지하는 방식에 가깝다.

일본 도쿄 역시 배울 점이 있다. 도쿄는 비교적 유연한 용도지역제와 지속적인 주택 공급을 통해 세계적 대도시임에도 주거비 폭등을 일정 부분 억제해왔다. 핵심은 “수요가 있는 곳에 지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규제는 안전과 도시 질서를 위해 필요하지만, 공급 자체를 막는 규제가 누적되면 결국 가격 상승과 임대료 상승으로 되돌아온다.

한국의 문제는 이 세 가지와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에는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고, 정비사업은 공사비 상승과 금융 부담으로 지연되고, 민간임대는 세제 불확실성에 흔들린다. 여기에 대출 규제와 세금 규제가 반복되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장기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결국 집주인은 팔지 않고, 건설사는 짓지 않고, 임차인은 더 높은 전세와 월세를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
정책의 방향은 분명해야 한다.

*첫째, 등록임대사업자를 투기세력으로 몰아 단순히 혜택을 회수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의무임대 기간을 지킨 사업자에게는 일정한 출구를 보장하고,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매도할 경우 한시적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다.
*둘째, 서울과 서울 근교의 공급 계획을 숫자가 아니라 착공과 입주로 검증해야 한다. 발표 물량이 아니라 실제 삽을 뜨는 물량, 실제 입주 가능한 물량이 중요하다.
*셋째, 공사비와 금융비용을 낮추는 산업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분양가 상승은 건설사의 탐욕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자재비, 인건비, 금융비, 인허가 지연, 각종 부담금이 모두 분양가와 임대료에 반영된다. 물가 안정 없는 공급 대책은 종이 위의 공급에 그칠 수밖에 없다.
*넷째, 공공임대와 민간임대를 대립시키지 말아야 한다. 공공은 장기 저렴주택 재고를 늘리고, 민간은 안정적으로 임대 물량을 공급할 수 있도록 예측 가능한 제도를 제공해야 한다.

임대인을 압박해 임대주택을 줄이면 그 피해는 결국 임차인에게 돌아간다.
부동산 정책은 단기 여론을 달래는 기술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지금처럼 세금과 규제로 매물을 짜내는 방식만 반복한다면 매매시장은 잠시 진정될 수 있어도 전월세 시장은 더 불안해질 수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집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집을 구해야 하는 사람, 전세를 연장해야 하는 사람, 월세를 감당해야 하는 서민에게 먼저 닥친다.

대한민국 주거 문제의 본질은 “누가 집을 가지고 있느냐”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살고 싶은 곳에 충분한 집이 계속 공급되고 있느냐”이다. 지금 서울과 수도권의 답은 명확하다.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면 해법도 명확하다. 단기적 매물 압박이 아니라 장기적 공급 확대, 임대시장 안정, 공사비·금융비용 완화, 정책 신뢰 회복이 함께 가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전월세 불안은 더 커지고, 도시는 자산을 가진 계층과 밀려나는 계층으로 빠르게 양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