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임대차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 월세 300만원은 강남 일부 고급 아파트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동대문, 성북, 은평, 노원·도봉·강북까지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월세가 올랐다는 데 있지 않다. 월세가 가계소득의 대부분을 빨아들이는 순간, 주거비는 생활비가 아니라 계층 이동을 막는 구조적 장벽이 된다.
리스본이 그 대표적 사례다. 관광산업, 외국인 투자, 단기임대 확대, 공급 부족이 겹치면서 도심 임대료는 현지 임금 수준을 넘어섰다. 평균 노동자가 월급을 받아도 방 한 칸 월세를 내고 나면 생활비가 거의 남지 않는 구조가 된 것이다. 수입의 70~80%, 심하면 90% 이상을 월세로 지출하는 사회에서는 저축도, 결혼도, 출산도, 내 집 마련도 뒤로 밀린다. 주거비가 한 사람의 미래를 먼저 압류하는 셈이다.
서울의 현재 흐름은 이와 닮아 있다. 전세 물량은 줄고, 월세 비중은 절반에 육박했다. 전세사기 이후 보증금 리스크를 피하려는 임차인, 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 속에서 월세를 선호하는 임대인, 장기간 누적된 공급 부족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 무주택자는 집을 사기도 어렵고, 전세를 구하기도 어렵고, 결국 고액 월세로 밀려난다.
월세 300만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월급 400만500만원을 받는 중산층에게도 월세 300만원은 소득의 6075%다. 여기에 관리비, 식비, 교육비, 교통비, 보험료를 더하면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해진다. 이때부터 중산층은 자산을 축적하는 계층이 아니라 매달 월세를 납부하기 위해 일하는 계층으로 바뀐다. 이것이 새로운 하층민화, 즉 ‘월세 빈곤층’의 탄생이다.
일본은 다르다. 일본도 월세 중심 사회지만, 한국과 구조가 다르다. 전세 제도가 거의 없고 월세가 일반적이지만, 도쿄에는 소형 임대주택 공급이 많고 임대차 관행이 비교적 안정돼 있다. 무엇보다 장기간 주택 공급이 꾸준히 이뤄졌고, 도심 내 다양한 면적의 임대주택 선택지가 존재한다. 월세 사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공급 구조와 소득 구조가 있느냐가 핵심이다.
한국은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는 속도는 빠른데, 이를 감당할 제도와 공급은 부족하다. 전세는 비판도 많지만, 일정 부분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 목돈을 모아 전세로 이동하고, 다시 자산을 축적해 매매로 넘어가는 경로가 존재했다. 그러나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급등하면 그 사다리는 끊어진다. 매달 현금이 빠져나가면 종잣돈은 쌓이지 않는다. 결국 무주택자는 더 오래 무주택자로 남고, 자산가는 더 빠르게 자산을 늘리는 구조가 된다.
정부가 금융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접근은 한계가 있다. 대출을 막으면 투기 수요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실수요자의 매수 능력도 함께 줄어든다. 공급을 억제하면 집값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전세와 월세도 함께 오른다. 매매 시장을 누르면 임대차 시장이 터지고, 임대차 시장이 터지면 결국 다시 매매 수요가 자극된다.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낫겠다”는 말은 투기 심리가 아니라 생존 계산에서 나오는 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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