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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6000가구를 지으면 과연 누가 살 수 있을까?

by didim8204 2026. 8. 24.

용산에 6000가구를 지으면 과연 누가 살 수 있을까?
캠프킴 2500가구, 미군 수송부 약 3000가구, 용산 유수지·501정보대·외교부 주차장·후암생활관 등. 용산의 공공부지를 활용하면 수천 가구의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공급 확대 자체는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그 집을 과연 평범한 월급쟁이가 살 수 있는가?”
용산이라는 입지만 놓고 보면 토지가격과 주변 주택가격은 이미 서울에서도 최상위권이다. 따라서 단순히 몇 천 가구를 공급했다는 숫자만으로 서민·중산층의 주거 문제가 해결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공급량보다 ‘구매 가능성’이다

현재 금융위원회 기준으로 수도권·규제지역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가격에 따라 한도가 달라진다.
15억원 이하 :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 최대 4억원
25억원 초과 : 최대 2억원
이마저도 실제 대출에서는 LTV와 DSR, 스트레스 DSR을 충족해야 한다.
정부의 공식 설명은 분명하다. 고가주택 시장에서 **“대출을 활용한 고가주택 구입 수요를 보다 강력하게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이 투기수요뿐 아니라 자산이 많지 않은 중산층의 ‘주거 사다리’까지 좁힐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용산에 공급되는 주택이 향후 20억원이라면 현행 한도상 주담대는 최대 4억원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자기자금 약 16억원이 필요하다.
25억원 주택이라면 약 21억원, 30억원 주택이라면 최대 대출이 2억원이므로 약 28억원의 자기자금이 필요하다.
취득세와 각종 비용은 별도다.
이 정도 자기자금을 가진 사람이 과연 일반적인 월급생활자인가라는 질문이 생긴다.

평균적인 가구소득으로 계산하면 더욱 분명하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24년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연소득은 약 7427만원, 처분가능소득은 약 6032만원이었다.
이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은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해도,
20억원 주택에 필요한 자기자금 16억원은 평균 가구소득의 약 21.5년치이고, 25억원 주택에 필요한 21억원은 약 28년치, 30억원 주택에 필요한 28억원은 약 38년치다. 현실에서는 생활비·교육비·세금·노후자금을 써야 하기 때문에 기간은 훨씬 길어진다.

따라서 용산 공공부지에 주택을 공급하면서 주변 민간 시세에 가까운 가격으로 분양한다면, 상당수 일반 근로자에게는 사실상 접근하기 어려운 주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토지를 공공이 보유한 채 장기임대하거나 토지임대부·분양가 통제형 주택 등으로 공급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6000가구를 짓는다”가 아니라 “6000가구를 어떤 가격과 금융조건으로 누구에게 공급하느냐”**다.

선진국 사람들은 대출 없이 집을 사는가?
그렇지 않다.
OECD 자료를 보면 미국·캐나다·덴마크·네덜란드·스웨덴 등 상당수 선진국에서는 주택을 보유한 가구 가운데 담보대출을 이용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주택담보대출은 내 집 마련의 핵심 수단이다. OECD도 모기지 접근성이 젊은 가구의 주택소유 진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다.
즉 선진국 주택정책의 일반적인 방향은
**“대출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상환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장기간 금융을 이용하게 하되 과도한 레버리지는 막는 것”**에 가깝다.

OECD 국가들의 최초 LTV 한도도 매우 다양하다. 일부 국가는 90~95% 수준까지 허용하면서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능력 규제를 함께 사용한다.
따라서 부채를 무조건 나쁜 것으로 보는 것과 과도한 부채를 관리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주택은 수십 년 동안 사용하는 자산이므로 그 비용 역시 장기간에 걸쳐 나누어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현대 주택금융의 기본 구조다.
그렇다면 어떤 나라의 정책을 참고할 만한가?
하나의 나라를 ‘세계 최고의 주택정책’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산층 주거안정 측면에서 국제적으로 자주 거론되는 사례 중 하나가 **오스트리아 빈(Wien)**이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전체 주택의 약 24%가 사회주택이고, 빈에서는 그 비중이 약 **43%**에 달한다.

특징은 사회주택을 극빈층만을 위한 주택으로 제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방정부와 비영리 주택사업자가 장기간 주택을 공급하고, 저소득층뿐 아니라 상당수 중산층도 안정적인 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한다.
그 결과 집을 반드시 소유하지 않아도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존재한다.

싱가포르의 HDB 방식도 참고할 만하다. 정부가 토지와 공급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면서 장기 금융과 공공주택을 연결해 중산층의 주택구입을 지원한다.
두 모델의 공통점은 단순하다. 집값만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토지·공급·금융·임대정책을 함께 움직인다.

용산 6000가구가 ‘부자들의 놀이터’가 되지 않으려면
용산처럼 토지가격이 높은 지역에서 공공 토지를 민간 고가분양 방식으로 공급하면서 대출만 강하게 제한한다면 결국 현금이 많은 계층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지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OECD도 주택담보 금융이 자산이 부족한 가구가 장기간 주택자산을 형성하는 통로가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용산 공공부지 공급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단순한 가구 수 경쟁이 아니다. 공공 토지는 공공이 일정 부분 보유하고, 중산층까지 들어갈 수 있는 가격으로 공급하며, 실수요자에게는 소득에 맞는 장기·고정금리 금융을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투기성 다주택 대출은 엄격히 관리하되 생애 최초·1주택 실수요자의 금융 접근까지 지나치게 막아서는 안 된다. 주택정책의 목표는 국민에게 “빚내지 말라”고 말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평범하게 일하는 사람이 자신의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공급정책과 금융정책이 함께 가야 하는 이유다.

작가의 한마디
용산에 6000가구를 짓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6000가구에 누가 들어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월급으로는 살 수 없고 대출도 받을 수 없다면 그 공급은 서민과 중산층의 주택공급이 아니라 결국 기존 자산가를 위한 또 하나의 자산시장이 될 수 있다.
공급의 숫자가 아니라 **‘구매 가능한 가격’과 ‘감당 가능한 금융’**이 주택정책의 진짜 기준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