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기사들을 보면 "전국 분양 물량 증가", "청약시장 활기", "수천 가구 공급"이라는 제목이 자주 등장한다. 6월 셋째 주에도 전국 7개 단지에서 3600여 가구가 공급된다고 한다. 평택 고덕신도시, 천안 백석동, 부산 에코델타시티 등 산업과 교통 호재를 갖춘 지역들이 중심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정부와 건설업계가 공급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주택시장도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작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여전히 "살 집이 없다"는 말이 반복되고 있다. 왜 이런 괴리가 발생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대한민국의 주택 문제는 공급 부족 문제가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급은 지방에 있는데 수요는 수도권에 있다. 통계상 전국 공급 물량은 적지 않다. 하지만 공급되는 지역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지방 광역시나 인구 감소 지역, 또는 수도권 외곽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실제 수요는 서울과 수도권 핵심 지역에 몰려 있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으며 청년층과 기업, 일자리 또한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상은 수십 년째 지속되고 있다. 결국 지방에 1만 가구가 공급되더라도 서울에서 집을 찾는 실수요자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 분양 물량 통계는 늘어날 수 있지만 국민 체감 공급은 오히려 부족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국 공급 통계의 착시
정부는 종종 전국 공급 물량을 근거로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시장은 전국 단위로 움직이지 않는다. 서울 수요자는 부산 아파트를 대신 살 수 없고, 부산 수요자는 서울 직장을 다니면서 천안 아파트를 선택하기 어렵다. 즉 주택은 지역 대체성이 매우 낮은 상품이다. 예를 들어 지방에 10만 가구가 공급되고 서울에 1만 가구가 공급된다면 통계상으로는 11만 가구 공급이지만 실제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서울의 1만 가구다. 전국 공급량만 강조하는 것은 마치 전국에 쌀이 남아돈다고 말하면서 정작 서울의 식량 창고는 비어 있는 상황과 비슷하다. 그래서 최근의 공급 기사들은 공급 확대라는 사실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공급의 질적 문제를 가리고 있는 측면이 있다.
수도권 공급이 부족한 진짜 이유.
그렇다면 왜 수도권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까.
*첫째는 토지 부족이다.
서울은 이미 개발 가능한 택지가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결국 재건축과 재개발이 핵심 공급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둘째는 인허가 규제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정비구역 지정부터 착공까지 평균 10년 이상 걸린다.
사업성이 부족하거나 각종 심의 절차가 길어지면 공급 시점은 계속 뒤로 밀린다.
*셋째는 공사비 급등이다.
최근 몇 년간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사업성이 악화됐다.
건설사들은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포기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넷째는 금융 문제다.
PF 대출 규제와 고금리로 인해 사업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특히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신규 사업 추진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섯째는 정책 불확실성이다.
정권과 지방정부가 바뀔 때마다 재건축 규제, 세금, 공급 정책이 달라진다.
사업 주체들은 수년 후의 제도를 예측하기 어려워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다. 앞으로 더 심해질 수도권 공급 부족. 문제는 앞으로다. 최근 인허가 물량 감소와 착공 물량 감소가 2~3년 후 입주 물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서울은 향후 입주 예정 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수도권 일자리 집중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어난다면 결과는 명확하다. 집값 상승과 전세난이다. 실제로 최근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신축 아파트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전세가격도 다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위치'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전국 공급 물량 증가라는 숫자가 아니다.
직장이 있는 곳, 학교가 있는 곳, 생활 기반이 있는 곳에 주택이 공급되는 것이다. 지방에 공급되는 1만 가구보다 서울과 수도권 핵심 지역에 공급되는 1000가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공급 정책도 단순히 전국 공급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실제 수요가 집중되는 수도권과 서울의 공급 확대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 주택시장의 핵심은 공급의 총량이 아니라 공급의 적재적소다. 전국 분양 물량 증가라는 숫자만으로는 국민들이 체감하는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급 통계의 확대가 아니라 수요가 있는 곳에 실제 집을 공급하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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