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과 도쿄 마루노우치가 던지는 시사점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여의도는 늘 특별한 위치에 있었다. 강남이 교육과 주거의 상징이라면, 여의도는 금융과 업무의 상징이었다.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중심지였고, 한강변 초고층 스카이라인을 가장 먼저 형성한 지역이었다. 최근 여의도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대교아파트가 관리처분인가를 받았고, 시범아파트와 목화아파트는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했다. 현재 15개 단지가 재건축을 추진 중이며 사업이 완료되면 약 1만3000가구 규모의 새로운 도시가 탄생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잠실을 뛰어넘는 서울 서남권의 강남"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과연 이것은 합리적인 투자일까. 아니면 또 다른 투기 열풍의 시작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세계 주요 도시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뉴욕 맨해튼은 왜 비싼가
많은 사람들이 맨해튼의 초고가 부동산을 투기의 결과로 생각한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의 평가는 다르다. 맨해튼의 부동산 가치는 단순한 희소성 때문이 아니다.
그곳에는
*월가 금융산업
*유엔본부
*글로벌 로펌
*세계적 대학
*문화예술 산업등 고부가가치 일자리가 집중돼 있다. 즉 부동산 가격 상승의 근본 원인이 실물경제에 존재한다. 뉴욕대학교(NYU) 도시경제학 연구에 따르면 맨해튼의 주택가격 상승은 투기보다 "고임금 일자리 집중 효과"의 영향이 훨씬 크다고 분석된다.
실제로 맨해튼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가격이 회복되었지만, 인근 지역 중 업무 중심 기능이 약한 곳은 장기간 침체를 겪었다. 이는 업무 중심지와 주거 중심지가 결합된 도시의 가치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다. 도쿄는 왜 재건축을 멈추지 않는가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 부동산 가격이 장기간 하락했다. 그러나 도쿄 중심부만은 예외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루노우치와 도라노몬이다. 일본 정부와 민간기업은 오래된 건물을 철거하고 초고층 복합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그 결과 국제 금융기업 유치 글로벌 기업 본사 이전 외국인 투자 확대 효과가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이 공급을 늘렸음에도 핵심 지역의 가격은 계속 상승했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급 증가가 가격 하락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하지만,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오히려 반대 현상이 발생한다. 좋은 입지의 공급은 수요를 더욱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를 도시경제학에서는 집적경제(Agglomeration Effect)라고 부른다.
여의도는 맨해튼형인가 도쿄형인가
여의도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의 주요 업무지구는 크게 세 곳이다.
*CBD(광화문·종로)
*GBD(강남)
*YBD(여의도)이 중 여의도는 금융산업이 집중된 유일한 지역이다.
여기에
*IFC
*국제금융센터
*증권사 본사
*방송국
*한강공원 등이 집적되어 있다.
즉 입지 자체는 이미 국제도시형 구조를 갖추고 있다. 뉴욕의 허드슨야드 개발이나 도쿄 마루노우치 재생사업과 상당히 유사한 형태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여의도는 단순한 노후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 금융·업무·주거가 결합된 초고밀 복합도시로 변모하게 된다.
이 측면에서 보면 장기적 가치는 상당히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투자는 맞고 투기는 아닌가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입지가 좋다고 해서 모든 가격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 버블경제 시기에도 도쿄 중심부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1989년 당시 일본 황궁 땅값이 미국 캘리포니아 전체보다 비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과는 잘 알려져 있다. 버블 붕괴였다.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결국 수익의 근거에 있다.
*투자
*미래 임대수익
*업무기능 강화
*인구 유입
*경제 성장을 근거로 자산을 매입한다.
투기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 매입한다. 즉 실질 가치보다 기대 심리에 의존한다. 현재 여의도는 투자 요소와 투기 요소가 동시에 존재한다. 투자 측면에서는
금융중심지 한강변 희소성 재건축 사업성 대규모 공급 개선 이라는 강력한 근거가 있다.
반면 투기 측면에서는 평당 1억원 돌파 미래 가격 상승 기대감 초고가 단지 추종 매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의도의 가장 큰 위험 여의도의 최대 변수는 정부가 아니다.
금리도 아니다. 오히려 금융산업의 경쟁력이다. 만약 한국 금융산업이 성장하고 여의도가 국제 금융허브로 발전한다면 맨해튼 모델에 가까워질 것이다.
반대로 금융기능이 약화되고 단순한 고가 주거지로 변한다면 가격 상승의 지속성은 제한될 수 있다. 도시는 결국 일자리가 만드는 것이다. 주택 가격은 결과일 뿐 원인이 아니다.
결론
여의도 재건축은 단순한 아파트 사업이 아니다. 서울의 금융 중심지가 다시 태어나는 도시 재생 프로젝트에 가깝다. 뉴욕과 도쿄의 사례를 보면 업무·금융 기능이 결합된 핵심 입지는 장기적으로 높은 가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여의도 재건축 자체를 투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모든 자산이 그렇듯 가격이 가치보다 지나치게 앞서 나가는 순간 투기가 시작된다. 여의도의 미래 가치는 충분히 높게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무조건 오른다"는 믿음은 뉴욕도, 도쿄도, 일본 버블경제도 증명하지 못한 위험한 확신이다. 결국 여의도는 투자와 투기의 경계선 위에 서 있다. 그 경계를 결정하는 것은 재건축이 아니라 앞으로 20년간 여의도가 얼마나 강력한 금융도시로 성장하느냐에 달려 있다.
카테고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