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토지 형질, 용도지역, 건폐율·용적률 규제는 단순한 건축규제가 아니라 도시의 밀도, 교통, 일조, 기반시설, 환경, 재산권을 동시에 조정하는 도시계획 제도이다. 건폐율은 대지 위에 건물이 차지할 수 있는 수평 면적의 비율이고, 용적률은 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의 비율이다. 즉 건폐율은 땅을 얼마나 덮을 수 있는가, 용적률은 얼마나 높고 많이 지을 수 있는가를 결정한다.
우리나라의 현대적 도시계획제도는 1962년 「도시계획법」과 「건축법」 제정 이후 본격화되었고, 2002년에는 도시지역과 비도시지역의 이원적 관리를 통합하기 위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이후 서울 등 대도시는 2003년 전후 일반주거지역을 제1종·제2종·제3종으로 세분화하면서 용적률과 건폐율을 차등 적용하였다. 당시 제도는 난개발 방지, 저층 주거지 보호, 기반시설 부담 억제라는 목적이 컸다.
그러나 현재의 서울·경기권은 당시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1~2인 가구 증가, 직주근접 수요, 전세 불안, 재건축 노후화, 도심 토지 부족, 공사비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저밀도 주거지역과 역세권 주변의 용적률 규제가 과거 기준에 머물러 있다면, 주택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어렵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가용 토지가 부족한 도시형 국가라는 점에서 한국 수도권에 시사점을 준다. 두 도시는 단순히 건물을 높게 짓는 방식이 아니라 철도, 공공주택, 상업시설, 보행 동선, 공원, 학교, 의료시설을 함께 묶는 고밀·복합개발을 추진해 왔다. 특히 홍콩의 철도+부동산 개발모델,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중심 고밀 주거단지는 “높은 용적률 자체”보다 “기반시설과 함께 계획된 고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한국은 서울·경기에서 전면적인 건폐율·용적률 완화를 하지 않는가. 첫째, 기반시설 부족 때문이다. 용적률을 올리면 세대 수가 늘고,
교통·상하수도·학교·주차·공원 수요가 동시에 증가한다. 둘째, 개발이익 사유화 문제가 있다. 용적률 완화로 생기는 이익이 토지소유자와 조합에만 귀속되면 사회적 반발이 크다. 셋째, 일조권·조망권·경관·환경 문제가 발생한다. 넷째, 단기간에 규제를 풀면 투기수요와 토지가격 상승이 먼저 나타나 실제 분양가 인하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바람직한 방향은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가 아니라 “조건부·지역별·역세권 중심 용적률 개편”이다. 첫째, 지하철역 반경 350~500m 이내 지역은 교통 처리능력을 기준으로 준주거·상업·복합용도 전환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 용적률 상향분의 일정 비율은 공공임대, 장기전세, 청년·신혼부부 주택, 공원, 학교, 도로, 공공보행통로로 환수해야 한다. 셋째, 노후 단독·다세대 밀집지역은 소규모 정비사업과 결합해 중층·고밀 주거지로 전환해야 한다. 넷째, 제1종·제2종 일반주거지역 중 실제로는 역세권·간선도로변·상업기능과 연결된 지역은 종상향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다섯째, 재건축·재개발은 단지별 사업성 논리가 아니라 생활권 단위의 학교·교통·공원 계획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개편의 긍정성은 분명하다. 도심 외곽의 무분별한 신도시 확장보다 기존 도심을 고밀·복합화하면 직주근접이 가능해지고, 통근시간과 교통비를 줄이며, 기반시설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노후 주거지를 정비해 안전성과 에너지 성능을 높이고, 공공기여를 통해 임대주택과 생활SOC를 확보할 수 있다. 건설경기 측면에서도 정비사업과 도심복합개발은 주택공급, 일자리, 자재·설계·금융·관리 산업에 연쇄효과를 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건폐율·용적률 제도는 과거 난개발을 막는 데 기여했지만, 현재의 수도권 주택난과 도시구조 변화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서울·경기권은 홍콩·싱가포르처럼 “철도 중심 고밀 복합도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다만 그 방식은 투기적 완화가 아니라 공공기여, 기반시설 확충, 임대주택 확보, 생활권 계획을 전제로 한 정교한 완화여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규제 유지냐 완화냐의 단순 논쟁이 아니라, 어디를 높이고 어디를 보전하며, 늘어난 개발이익을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도시계획의 재설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