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0억 이하 아파트가 뛰는 이유.실수요자의 ‘마지막 선택지’가 됐다
서울 주택시장의 돈이 움직이고 있다. 고가 아파트 거래가 주춤한 사이 10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로 실수요가 빠르게 몰리고 있다.
2026년 8월 신고된 서울 아파트 거래 878건 가운데 10억원 이하는 570건으로 **64.9%**를 차지했다. 올해 1~7월의 55.6%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이를 단순히 ‘서울 외곽의 재평가’라고만 볼 수 있을까.
나는 오히려 실수요자가 선택할 수 있는 주택의 범위가 그만큼 좁아진 결과에 가깝다고 본다.
*대출을 막으면 수요는 사라질까?
그렇지 않다. 상당수 수요는 아래 가격대로 이동한다.
15억원대를 바라보던 사람은 10억원대로, 10억원대를 생각했던 사람은 7억~8억원대로 내려온다. 그것마저 어렵다면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최근 거래가 이를 보여준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 84㎡는 8월 1일 8억6,500만원에서 13일 9억2,300만원으로 올랐다. 중랑구 상봉동 LG쌍용 전용 68㎡ 역시 8월 14일 7억3,500만원에서 19일 8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KB부동산 통계에서도 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하위 20%의 중위가격은 6.98% 상승한 반면 상위 20%는 0.31% 하락했다.
*시장이 모두 함께 오르는 것이 아니다.
살 수 있는 곳으로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사라지는 ‘갈아타기 사다리’ 과거에는 작은 집에서 출발해 집값이 오르면 기존 주택을 팔고 대출을 보태 조금 더 넓고 좋은 입지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소형 → 중형 → 더 좋은 입지.
이른바 ‘갈아타기’는 투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상적인 생애주기와 주택시장의 순환 과정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출규제뿐 아니라 양도세·취득세·중개비·등기비용 등 거래비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실제 대출 가능액 역시 소득·DSR·주택가격·기존부채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결국 집값이 조금 올라도 팔고, 빌리고, 더 좋은 집으로 이동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가 되고 있다.
*주택시장도 물이 흘러야 한다
주택시장은 저수지와 비슷하다. 고령층이 넓은 집에서 작은 집으로 이동하면 그 집에는 자녀가 있는 가구가 들어갈 수 있다. 그들이 살던 집에는 신혼부부가, 다시 그 소형주택에는 사회초년생이 들어간다.
이것이 주거 사다리다. 그런데 세금과 금융규제로 이동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수문이 닫힌다. 청년은 올라가지 못하고, 중년은 갈아타지 못하며, 고령층은 내려오지 않는다. 주택은 있는데 시장에 나오지 않고, 수요는 몇 안 되는 ‘살 수 있는 가격대’로 몰린다.
*그래서 10억원 이하가 오른다
서울 외곽 중저가 아파트의 신고가는 단순한 호황의 신호가 아닐 수 있다.
그 이면에는 실수요자의 절박한 메시지가 있다. “좋아서 이 집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이 가격 이상은 감당하기 어렵다.” 대출을 제한하고 거래비용을 높이면 수요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구매 가능한 가격대와 지역으로 압축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 결과 6억·7억·8억·10억원 이하 아파트가 오르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사람은 자산가보다 무주택 직장인·청년·신혼부부다. 정책은 ‘가격’보다 ‘이동’을 봐야 한다
투기는 막아야 한다. 가계부채 관리도 필요하다. 그러나 정상적인 실수요자의 이동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주택정책은 단순히 집값을 누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생애주기에 따라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이어야 한다.
청년은 작은 집에서 시작해 더 넓은 집으로 올라갈 수 있어야 하고, 자녀가 독립한 고령층은 필요에 따라 작은 집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이 움직여야 집이 움직이고, 집이 움직여야 시장이 순환한다.
지금 서울 외곽의 10억원 이하 아파트 신고가는 우리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집값을 잡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실수요자의 마지막 선택지를 더 비싸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투기는 막되 실수요자의 ‘갈아타기 사다리’는 열어두는 것. 지금 주택정책이 다시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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