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시장은 입주물량 감소, 정비사업 멸실, 이주수요 증가, 실거주 회수, 대출·이주비 규제라는 여러 요인이 동시에 겹치며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서울에서 이주가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정비사업장은 약 1만8000가구 규모이며, 이미 철거가 사실상 완료된 미착공 사업장도 19곳 약 2만3000가구로 집계됐다. 서울 전월세 매물이 약 3만3000여 가구 수준인 상황에서 대규모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유입되면 전셋값 상승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의 핵심은 정비사업 자체가 아니라 “시차의 불일치”다. 재건축·재개발은 장기적으로 신축 주택을 공급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기존 주택을 먼저 멸실시키고 거주자를 주변 임대차시장으로 밀어낸다. 학계 연구도 이를 확인한다. 2025년 주택금융연구 논문은 정비사업 멸실 1000세대당 멸실 이후 6개월 무렵 인근 전세가격이 단기적으로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즉, 정비사업은 장기 공급 확대 수단이지만 공사 전후의 공백기에는 전세가격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기존 연구에서도 재건축 이주수요는 주변 임대시장에 압력을 준다는 결과가 나온다. 고덕2단지 사례연구에서는 이주기간 중 강동구 아파트 임대수요가 평시보다 월평균 5.5% 증가했고, 특히 이주 초기 2개월에 수요 증가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이는 이주가 단순히 해당 단지 내부 문제가 아니라 인근 지역 전세시장 전체에 충격을 주는 현상임을 보여준다.
여기에 입주물량 감소가 겹친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 공동주택 입주물량은 2025년 4만9973가구에서 2026년 2만7127가구, 2027년 1만7197가구로 줄어드는 흐름이다. 입주물량은 전세시장 안정에 매우 중요한데, 새 아파트 입주가 많을 때는 기존 주택 전세매물이 늘어나고 임차인의 선택지도 확대된다. 반대로 입주물량이 줄면 전세 공급은 줄고, 기존 전세 수요는 한정된 물건에 몰리게 된다.
실거주 회수도 전세매물 감소의 주요 원인이다. 집주인이 세금, 대출, 규제, 실거주 요건 때문에 임차인을 내보내고 직접 거주하면 시장에 나오던 전세물건이 사라진다. 특히 학군지와 직주근접 지역에서 비거주 1주택자의 귀소가 늘면 임대매물 감소와 신규 임차수요 증가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도 있다. 이는 전세가격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주비 규제 역시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 정비사업 조합원이 충분한 이주비를 확보하지 못하면 이주가 늦어지고, 이주가 늦어지면 착공도 지연된다. 착공 지연은 준공 지연으로 이어지고, 결국 미래 입주물량 부족을 더 심화시킨다. 즉, 규제가 단기적으로는 투기 억제 명분을 가질 수 있지만, 과도하면 정비사업 속도를 늦추고 공급 공백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는다.
이러한 구조는 임차인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준다. 전세물건이 줄면 임차인은 더 비싼 전세를 선택하거나 월세로 이동해야 한다. 월세화가 진행되면 매달 현금 지출이 늘고, 청년·신혼부부·저소득층의 저축 여력은 감소한다. 국토연구원도 전세보증금 상승 시 공적 보증을 통한 전세자금대출의 주거비 완화 효과가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가격이 오르면 대출을 받아도 실제 주거비 부담 완화 효과가 줄어드는 것이다.
결국 서울 임대차시장 불안은 단일 원인이 아니라 복합 구조의 결과다. 첫째, 정비사업 멸실은 즉각적인 공급 감소를 만든다. 둘째, 이주수요는 주변 전세수요를 단기간에 증가시킨다. 셋째, 입주물량 감소는 전세 공급 회복을 지연시킨다. 넷째, 실거주 회수는 기존 전세매물을 줄인다. 다섯째, 이주비·대출 규제는 정비사업 일정을 늦춰 장래 공급까지 막는다.
따라서 정책 방향은 정비사업을 무조건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주 시기와 입주 시기를 정교하게 조절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대규모 이주가 특정 시기에 몰리지 않도록 단계별 이주 관리가 필요하고, 이주비 금융은 투기 억제와 실수요 보호를 구분해 설계해야 한다. 또한 서울·수도권처럼 실제 수요가 집중된 지역에는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고, 공공임대뿐 아니라 민간 전세 공급이 유지될 수 있는 제도적 유인을 마련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2만3000가구 멸실, 1만8000가구 이주, 입주물량 급감, 실거주 전환, 이주비 규제가 동시에 발생하면 서울 전세시장은 단기적 불안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전세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전세가격 상승은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키우고, 월세화를 촉진하며, 서울 거주 진입장벽을 높인다. 정부가 수요 억제와 규제 중심 정책만 반복한다면 전세시장의 안정은 어렵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공급을 제때 만들고, 정비사업의 멸실·이주·입주 사이클을 현실적으로 관리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전세대란”이라고 단정하기보다 “전세시장 구조적 불안 가능성”이라고 표현하면 더 객관적이고 설득력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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