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을 위한 규제혁신인가, 토지가치 상승을 위한 또 다른 정책인가
서울시가 2040년을 목표로 기존 용도지역제를 단계적으로 축소·개편하는 새로운 도시관리체계를 검토하고 있다.
방향 자체는 이해할 만하다. 서울은 더 이상 외곽으로 무한정 확장하기 어려운 도시다. 결국 기존 도시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고밀·복합개발이 중요한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질문이 있다.
“용적률을 왜 올리는가?”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개발 가능한 연면적을 늘려 토지가치를 상승시키고 결과적으로 세수 기반을 확대하려는 것인가.
두 효과는 동시에 나타날 수 있지만 정책의 목적은 명확해야 한다.
서울의 용적률, 수십 년간 어떻게 변했나
서울 일반주거지역의 허용 용적률은 1990년 한때 약 **400%**까지 올라갔다.
이후 1998년 300%, 2000년 250% 수준으로 낮아졌고 2003년 일반주거지역 종세분화 이후에는 1종·2종·3종에 따라 각각 150%, 200%, 250% 수준으로 차등 관리되는 체계가 자리 잡았다.
따라서 현재의 규제를 단순히 특정 시장 한 사람의 정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서울의 토지이용 규제가 1990~2000년대에 형성된 저밀도 관리 철학의 영향을 상당 부분 받고 있다는 점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산업구조도, 인구구조도, 교통망도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도쿄는 최고 약 2,000%까지 허용한다
세계 주요 도시들은 모든 지역의 용적률을 일괄적으로 높이지 않는다.
대신 교통과 업무·상업 기능이 집중된 핵심지역에 높은 개발밀도를 허용하고 공공기여를 요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도쿄의 도시재생특별지구를 보면 마루노우치 1-1지구 1,300%, 오테마치 일부 1,700%대, 니혼바시 일부 지역은 **1,990%**에 이르는 사례도 있다.
뉴욕 역시 고밀 상업지역에서 FAR 15.0, 즉 1,500% 수준의 개발밀도를 허용하는 지역이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서울도 2,000%로 올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디에, 왜, 어떤 조건으로 용적률을 높일 것인가가 핵심이다.
용적률 상승 = 주택공급이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용적률을 250%에서 400%로 높인다고 해서 주택이 자동으로 60%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토지가격, 공사비, 금융비용, 분양성, 기반시설, 교통용량과 사업자의 수익성까지 맞아야 실제 착공으로 연결된다.
오히려 아무런 조건 없이 용적률만 올리면 토지주는 증가한 개발 가능성을 토지가격에 반영하게 된다.
그 결과 땅값 상승 → 사업비 상승 → 분양가 상승이라는 역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용적률 완화가 공급정책이 되려면 단순한 숫자 상향이 아니라 실제 착공과 공급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 하나의 질문, 세수다
용적률 상승은 토지의 개발 가능성을 높이고 토지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
지가와 건물가치가 상승하면 장기적으로 재산세·취득세 등 지방세 기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서울시는 용적률 완화의 목적을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주택 공급이 최우선 목표인지, 도시경쟁력 강화인지, 토지가치 재편인지, 세수기반 확대까지 고려한 것인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정책 목표가 명확해야 국민 역시 개발이익과 부담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용적률 경쟁’이 아니다
서울에 필요한 것은 전 지역의 일률적인 고밀화가 아니다.
역세권·준공업지역·노후 상업지역 등 기반시설을 감당할 수 있는 지역에는 과감한 고밀·복합개발을 허용하되, 증가하는 개발이익 일부를 도로·학교·공원·공공주택 등으로 환원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특히 용적률 완화는 반드시 실수요 주택공급과 실제 착공을 조건으로 설계해야 한다.
용적률 500%, 1,000%, 2,000%라는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용적률로 누구의 집을 얼마나 공급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서울의 땅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더 정확히 말하면 서울에는 땅이 없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도시계획 체계 안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땅이 많다.
용도지역제 개편이 단순한 땅값 상승의 촉매제가 아니라 실제 주택공급과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개혁이 되려면 정부와 서울시는 먼저 국민에게 답해야 한다.
“이번 규제완화로 누가 이익을 얻고, 얼마나 많은 주택이 실제 공급되며, 발생하는 개발이익은 어떻게 사회와 나눌 것인가.”
그 답이 명확할 때 용적률 완화는 투기가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위한 정책이 될 수 있다.
디딤종합건설(주) 대표이사 김한현
건축·부동산·도시정책 칼럼
카테고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