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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160만 호의 착시... 전월세 부족은 왜 계속되는가

by didim8204 2026. 6. 28.

전국에 빈집이 160만 호나 있다는 뉴스를 보면 많은 사람들은 "집이 이렇게 많은데 왜 전세난과 월세난이 생기느냐"고 묻는다. 숫자만 보면 맞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건설 현장에서 사업을 해온 입장에서 보면 이 통계는 시장을 이해하는 데 가장 큰 착시 중 하나다.

빈집은 '살 수 있는 집'이 아니라 단순히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집'을 의미한다. 이 안에는 사람이 당장 살 수 없는 노후주택, 철거 예정 주택, 상속 문제로 방치된 집, 지방 소멸지역의 빈집, 리모델링 중인 주택, 매매를 위해 일시적으로 비어 있는 집까지 모두 포함된다. 다시 말해 빈집 통계와 임대시장 공급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더 큰 문제는 빈집과 임차인이 원하는 지역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서울 강남, 마포, 성동, 용산, 경기 성남·과천·동탄처럼 일자리와 교육이 집중된 지역에서는 전세와 월세가 부족하다. 반면 빈집은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 중소도시와 농어촌, 오래된 구도심에 집중돼 있다. 전국 평균만 보면 집이 남아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서는 오히려 심각한 공급 부족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빈집 상당수는 수리비가 집값보다 많이 들어간다. 오래된 주택은 누수와 구조 안전, 단열, 전기배선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이상을 투자해야 임대가 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집주인은 임대를 포기하거나 방치하게 되고, 통계상 빈집은 존재하지만 시장에서는 공급되지 않는다.

최근 정부의 대출 규제와 등록임대 제도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임대사업의 수익성이 낮아지고 세금 부담과 규제가 커질수록 집주인은 신규 임대 공급을 줄이거나 월세로 전환하게 된다. 그 결과 전세 물량은 감소하고 월세 가격은 상승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재건축과 재개발도 역설적인 영향을 준다. 노후 아파트가 철거되면 수천 가구의 기존 임대주택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새 아파트가 완공되기까지는 최소 4~7년이 걸린다. 그 기간 동안 공급 공백이 발생하면서 전세난은 더욱 심화된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정부가 단순히 "빈집이 많으니 활용하자"는 접근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첫째, 수도권과 광역시 등 수요가 집중된 지역의 신규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공급이 있어야 시장은 안정된다.
*둘째, 활용 가능한 빈집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해 청년·신혼부부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셋째, 장기간 방치되는 빈집은 관리 의무를 강화하고, 일정 기준 이상 방치된 주택에 대해서는 세제나 행정적 장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단순한 과세보다 활용을 유도하는 인센티브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최근 국회에서도 빈집 관리 강화와 빈집세 도입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넷째, 민간 임대사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예측 가능한 세제와 금융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임대 공급의 상당 부분은 민간이 담당하는 만큼, 공급자를 시장에서 내몰아서는 전월세 안정도 기대하기 어렵다.

결론
'빈집 160만 호'는 결코 '집이 남아돈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대한민국 주택시장의 구조적 불균형을 보여주는 숫자다. 집은 남는데 살 집은 부족한 나라,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주택시장의 현실이다. 부동산 시장은 단순히 주택 수가 아니라 '어디에 있는 집인가', '살 수 있는 집인가', '임대 가능한 집인가'가 더 중요하다. 정부가 숫자만 바라본다면 전월세난은 계속될 것이다. 이제는 빈집의 개수를 줄이는 정책이 아니라, 빈집을 실제 공급으로 전환하고 수요가 집중된 지역에 양질의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빈집은 많은데 전월세는 부족한' 아이러니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