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이 쌓이는데 서울엔 분양이 없다?
대한민국 주택공급의 이상한 역설…문제는 ‘몇 채’가 아니라 ‘어디에 짓느냐’다
2026년 9월 전국에서 2만2,704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약 15% 증가한 규모다. 그런데 정작 주택 수요가 가장 강한 서울은 단 한 곳, 85가구뿐이다. 이 가운데 일반분양은 고작 29가구다. 수도권 전체는 1만3,537가구지만 대부분 경기 9,544가구와 인천 3,908가구에 집중돼 있다.
반면 지방에서는 9,167가구가 추가로 분양될 예정이다.
여기서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다.
지방에는 이미 팔리지 않은 집이 쌓여 있는데 왜 계속 공급하고, 정작 수요가 집중된 서울은 공급하지 못하는 것일까? 지방은 이미 ‘준공 후 미분양’이 심각하다
최근 집계를 보면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2만9,152가구, 이 가운데 지방이 **2만4,708가구로 약 85%**를 차지한다. 준공 후 미분양은 단순히 청약이 미달된 주택보다 훨씬 심각하다. 건설사가 토지를 매입하고 PF를 일으켜 공사비까지 투입해 집을 완성했는데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건설사에는 금융비용과 재고 부담이 되고, 장기화되면 시행사·건설사뿐 아니라 금융기관과 지역경제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지방에는 왜 계속 아파트를 지을까? 여기에는 주택사업의 긴 시차가 있다. 올해 9월 분양하는 아파트는 올해 사업을 결정한 것이 아니다.
토지 매입 → 사업계획 → 인허가 → PF → 착공 → 분양까지 수년이 걸린다.
따라서 몇 년 전 시장이 좋을 때 시작한 사업이 현재 시장이 침체된 뒤 뒤늦게 분양시장에 등장하는 것이다. 이미 막대한 사업비가 들어간 사업을 지방 부동산시장이 나빠졌다고 중간에 서울로 옮길 수도 없다.
결국 지방에서는
과거의 공급 결정 → 시장침체 → 수요감소 → 뒤늦은 분양 → 미분양 증가
라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서울은 왜 이렇게 공급하기 어려울까?
서울은 정반대다. 주택 수요는 강하지만 새로운 대규모 택지를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재건축·재개발, 역세권 복합개발, 노후 공공시설 이전부지 등을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정비사업 하나만 해도 정비구역 지정,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 이주·철거, 착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토지가격과 공사비도 높다.
즉 서울은 “수요가 있으니 당장 1만 가구 더 짓자”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도시다.
‘전국 몇 만 가구 공급’이라는 숫자에 속아서는 안 된다. 바로 여기에 주택공급 통계의 함정이 있다. 서울의 1만 가구와 지방의 1만 가구는 통계상 똑같은 1만 가구다.
하지만 시장에서 갖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지방에 미분양 아파트 1만 가구가 있다고 해서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무주택자에게 집 1만 가구가 생긴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아파트라는 건물에서 사는 것이 아니다. 직장·교통·교육·의료·상권·생활환경을 함께 구매한다. 결국 대한민국 주택문제는 단순한 **‘전국 주택 총량’의 문제를 넘어 ‘수요와 공급의 위치가 맞지 않는 문제’**로 봐야 한다.
수도권 1만3천 가구라고 안심해서도 안 된다
9월 수도권 분양물량은 1만3,537가구다. 숫자만 보면 상당해 보인다. 하지만 그중 서울은 85가구, 약 0.6%에 불과하다.
경기도 역시 서울 접근성이 좋은 핵심지역과 외곽지역은 전혀 다른 시장이다.
따라서 정부가 주택공급을 설명할 때도 단순히 **‘수도권 몇 만 가구’**라는 숫자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실제 수요가 있는 지역에 얼마나 공급되는지를 함께 보여줘야 한다.
금융정책까지 공급정책과 엇박자가 나면 더 큰 문제가 된다
여기에 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규제까지 겹치고 있다. 건설사는 PF와 높은 공사비 때문에 신규 사업을 시작하기 어렵고, 소비자는 DSR과 대출한도 때문에 분양받을 능력이 떨어진다. 공급을 늘려 놓고 정작 실수요자가 금융규제로 구입하지 못한다면 그것 역시 완전한 공급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주택공급·분양가격·주택금융은 하나의 정책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제는 ‘몇 채 지었나’보다 ‘어디에, 얼마에, 언제’를 물어야 한다
지방은 무조건적인 신규 공급보다 미분양 해소와 지역 일자리·산업기반 확충이 먼저 필요한 지역을 구분해야 한다.
반대로 서울과 수요가 집중되는 수도권은 재건축·재개발, 역세권과 노후 공공부지 등을 활용해 실제 입주 가능한 주택을 얼마나 빨리 공급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정부가 전국적으로 수십만 가구를 공급했다고 발표해도 국민이 살고 싶은 지역에 집이 없다면 주택시장 불균형은 해결되지 않는다.
이번 9월 분양계획이 그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국 2만2,704가구.
서울 85가구.
지방 준공 후 미분양 2만4,708가구.
대한민국에 집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집이 필요한 곳에 집이 없는 것인가? 앞으로 주택정책이 답해야 할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몇 채를 공급했습니까?”가 아니라
“국민이 필요로 하는 곳에, 살 수 있는 가격으로, 언제 입주할 수 있습니까?”
주택공급 정책의 성패는 발표한 숫자가 아니라 실제로 국민이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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