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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이제 ‘샤워실의 바보’에서 벗어나야 한다!!!

by didim8204 2026. 6. 29.

한국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규제를 했다는 데 있지 않다. 문제는 규제를 너무 늦게, 너무 강하게, 그리고 너무 자주 뒤집었다는 데 있다. 집값이 오르면 대출을 막고, 거래가 얼어붙으면 세금을 깎고, 다시 시장이 달아오르면 또다시 돈줄을 죄는 방식이 20년 넘게 반복됐다. 시장은 이제 정부 발표를 정책으로 읽지 않는다. “이번에는 얼마나 버티다 다시 풀릴 것인가”라는 신호로 읽는다.
기사에서 말한 수요 억제책 30번, 완화책 25번이라는 숫자는 언론사의 자체 집계 성격이 강하므로 절대적 통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큰 흐름은 부정하기 어렵다. 노무현 정부는 종부세와 DTI를 도입하며 수요 억제를 강화했지만 서울 집값은 크게 올랐다. 문재인 정부도 20차례가 넘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폭등했다. 반대로 이명박 정부와 윤석열 정부 초기에는 규제 완화와 시장 침체가 겹치며 가격이 하락하거나 조정됐다. 이것이 곧 “규제하면 오른다, 풀면 내린다”는 단순 공식은 아니다. 금리, 유동성, 경기, 입주 물량, 전세 제도, 재건축 규제, 세금 구조가 함께 작동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있다.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너무 임기 중심이었다. 5년 안에 성과를 보여주려다 보니 정책은 늘 과격해졌다. 대출 규제는 실수요자까지 묶었고, 세금 규제는 매물을 잠기게 했으며, 완화 정책은 다시 투기 기대를 살렸다. 정책이 시장을 안정시킨 것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에게 “버티면 바뀐다”는 학습효과를 심어준 것이다.

유럽의 사례도 시사점이 크다. 독일은 임대료 상한제를 통해 세입자 보호를 시도했지만, 동시에 신규 공급 부족과 투자 위축 논란을 겪고 있다. 스페인도 임대료 규제와 관광임대 제한을 강화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수십만 호 규모의 주택 부족이 문제다. 즉 임대료를 누르는 정책만으로는 주거비를 낮출 수 없다. 공급이 따라오지 않으면 규제의 혜택은 기존 세입자에게만 집중되고, 신규 진입자는 더 비싼 시장으로 밀려난다.

뉴욕은 더 극단적인 사례다. 임대료 안정화 주택은 세입자 보호 장치로 기능하지만, 동시에 시장 임대료와 규제 임대료 사이의 격차를 키웠다. 집주인은 수익성이 낮은 규제 주택의 수선을 미루고, 신규 임대주택 공급자는 더 높은 수익을 요구한다. 결과적으로 보호받는 세입자와 보호받지 못하는 세입자 사이의 격차가 커진다. 임대료 규제는 당장의 고통을 줄일 수 있지만, 공급과 유지보수의 경제성을 무시하면 장기적으로 도시 전체의 주거비 부담을 키울 수 있다.

반면 일본, 특히 도쿄는 한국이 주목해야 할 비교 대상이다. 도쿄도 집값 상승 압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유연한 용도지역, 빠른 인허가, 민간 공급을 막지 않는 도시계획 구조가 가격 급등을 완화했다. 한국은 수요를 죄는 데는 빠르지만, 공급을 실제로 늘리는 데는 느리다. 재건축·재개발은 규제와 민원, 공사비, 금융 문제에 묶이고, 민간 임대는 세제 불확실성에 흔들린다. 그러면서 정부는 다시 대출 규제라는 가장 쉬운 버튼을 누른다.

이제 부동산 정책의 중심을 바꿔야 한다.
*첫째, 대출 규제는 투기 억제 수단이 아니라 가계부채 관리 수단으로 정교하게 운용해야 한다. 실수요자와 투기수요를 같은 칼로 자르면 시장은 왜곡된다.
*둘째, 세금은 징벌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보유 비용이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종부세와 양도세가 흔들리면 누구도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없다.
*셋째, 공급 정책은 최소 20~30년 단위로 설계해야 한다. 인구구조, 가구 분화, 도심 회귀, 노후 주택 멸실, 임대시장 변화까지 반영한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부동산 시장은 샤워기처럼 즉시 반응하지 않는다. 오늘 찬물을 틀었다고 오늘 식지 않고, 오늘 뜨거운 물을 틀었다고 오늘 따뜻해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부는 늘 한 박자 늦게 물을 틀고, 너무 세게 돌린 뒤, 시장이 반대로 움직이면 다시 반대 방향으로 급히 돌렸다. 그것이 바로 ‘샤워실의 바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강한 규제가 아니라 더 일관된 정책이다. 더 많은 발표가 아니라 더 신뢰할 수 있는 로드맵이다. 집값을 잡겠다는 구호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10년 뒤, 20년 뒤에도 예측 가능한 주거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은 정권의 성적표가 아니라 한 세대의 삶을 설계하는 국가 인프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