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은 집값, 부동산값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고 지적하며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주식시장과 창업시장으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시대적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순서와 방식이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명분 아래 주택 공급, 금융, 임대차, 건설 산업의 현실을 외면하면 그 피해는 투기세력이 아니라 실수요자, 임차인, 중소 건설업체, 하도급업체, 자재업체, 현장 노동자에게 먼저 전가된다.
최근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이 줄어들자 임차 수요가 빌라와 연립·다세대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올해 1~4월 서울 연립·다세대 전월세 거래가 전년보다 증가했고,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중도 확대되었다. 이는 임차인이 안정돼서 눌러앉는 것이 아니라, 갈 곳이 없어 움직이지 못하는 시장 경색의 신호에 가깝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요구권은 임차인 보호 장치이지만, 공급 부족과 전세 불안이 동시에 발생하면 시장에서는 신규 임차인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결과로도 작동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경매 증가다. 서울에서 임의경매 매각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이 1년 전보다 크게 늘었다는 점은 단순한 투자 실패가 아니라 대출 상환 능력 악화, 금리 부담, 임대차 시장 불안, 자산가격 양극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값은 비싼데 거래는 막히고, 전월세는 부족한데 임차인은 이동하지 못하며, 자금이 막힌 소유자는 경매로 밀려나는 구조다. 이것이 정상적인 부동산 시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현 정부가 부동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이동시키려는 정책을 추진한다면, 반드시 주택 공급과 건설 산업의 연착륙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부동산 시장을 억누르는 것과 건설 산업을 고사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건설업은 단순히 아파트를 짓는 산업이 아니다. 철근, 레미콘, 시멘트, 창호, 설비, 전기, 인테리어, 운송, 장비, 금융, 분양, 중개까지 수많은 연관 산업을 움직이는 기간산업이다. 건설경기가 급격히 식으면 그 충격은 지역경제와 고용으로 번진다.
실제로 건설업계의 폐업 속도는 심상치 않다.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 모두 폐업 신고가 늘고 있으며, 특히 중소·지방 건설사부터 한계상황에 몰리고 있다. 고금리, 미분양, PF 부실, 분양시장 침체,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공사를 해도 남지 않는” 구조가 되고 있다. 발주자는 기존 계약금액을 고수하고, 시공사는 오른 자재비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며, 하도급업체는 기성금과 하도급대금 지급 지연에 시달린다. 이 과정에서 공사대금 청구소송,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청구, 유치권 분쟁, 공사중지, 지체상금, 하자보수 분쟁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을 기준으로 이미 크게 상승해 현장의 체감 공사비 부담을 보여준다. 건설공사비지수는 자재비, 노무비, 장비비 등 직접공사비 변동을 반영하는 지표다. 철근, 금속제품, 시멘트, 레미콘, 인건비가 오르면 공사비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민간공사 계약에서 물가변동 조항이 부실하거나, 발주자가 증액 협의를 거부하면 시공사는 손실을 떠안게 된다. 공공공사의 경우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4조는 일정 요건 아래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인정하지만, 민간공사에서는 계약서 문구와 입증자료에 따라 분쟁이 갈린다.
법적으로도 건설업계의 분쟁 증가는 구조적이다. 민법상 도급계약에서 수급인은 일을 완성할 의무가 있고, 도급인은 보수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완성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으면 도급인은 하자보수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분쟁은 단순한 하자 문제가 아니라 “계약 당시 예상하지 못한 공사비 폭등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은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제도를 두고 있고, 이는 원수급인의 부실이나 대금 미지급이 하수급인에게 전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현장의 자금경색이 심해지면 법적 장치가 있어도 소송과 분쟁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결국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투기 억제와 산업 유지의 균형을 잃었다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이 과도하게 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격을 낮추겠다는 명분으로 공급을 위축시키고, 금융을 과도하게 조이고, 임대차 시장의 이동성을 떨어뜨리며, 건설업계의 원가 상승을 방치한다면 결과는 집값 안정이 아니라 주거 불안과 산업 붕괴가 될 수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부동산을 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병목을 제거하는 것이다. 첫째, 실수요 주택 공급은 정치 논리와 별도로 지속돼야 한다. 둘째, 민간공사에도 급격한 물가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표준계약 조항과 분쟁조정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 PF 부실과 미분양 위험을 투명하게 관리하되 정상 사업장까지 자금줄을 끊어서는 안 된다. 넷째, 임대차 제도는 임차인 보호와 신규 공급 유인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다섯째, 하도급대금 지급 지연과 공사대금 미지급에 대해서는 신속한 직접지급·분쟁조정 제도를 실효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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