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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건설업계의 자조, 왜 반복되는가

by didim8204 2026. 6. 4.

건설업계에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씁쓸한 말이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 벚꽃 피는 순서대로 건설사가 망한다."
남쪽 지방에서 먼저 시작된 건설경기 침체가 지방 중소건설사의 도산으로 이어지고, 결국 수도권으로 확산된다는 의미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실제 업계에서는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2026년 현재 건설업계의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냉혹하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1700개가 넘는 종합·전문건설업체가 폐업했다. 특히 폐업의 대부분은 자금력이 부족한 지방 중소건설사와 전문건설업체에 집중되고 있다. 반면 일부 대형 건설사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금조달 능력과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생존하고 있다. 결국 건설시장 역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 건설사가 먼저 무너지는 구조 현재 지방 건설시장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미분양이다. 수도권 일부 지역은 공급 부족으로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방은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이른바 "악성 미분양"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건설사는 분양대금으로 공사비를 회수하는 구조인데 분양이 되지 않으면 금융비용과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특히 중소건설사는 대형사처럼 회사채 발행이나 금융기관 차입이 쉽지 않다. 결국 PF대출 이자와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폐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과거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등 지방을 기반으로 성장했던 건설사들이 최근 서울과 수도권으로 본사를 이전하거나 사업 중심축을 옮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역 시장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공사비는 오르는데 계약금액은 그대로 현장에서 가장 큰 불만은 공사비 상승이 계약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철근, 시멘트, 레미콘, 유류비, 인건비는 수년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4조는 일정 수준 이상의 물가변동이 발생한 경우 계약금액 조정을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물가상승분 인정 범위를 둘러싸고 발주기관과 시공사 간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민간공사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욱 복잡하다. 물가변동 조항이 없거나 불명확한 계약서가 많고, 발주자와 시공사 간 협의가 결렬되면 결국 민사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중소건설사는 소송비용과 장기간 분쟁을 감당하기 어려워 손실을 떠안고 공사를 마무리하거나 경영난에 빠지는 사례도 존재한다.

공사대금 미지급 분쟁의 증가
최근 건설분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문제 중 하나는 공사대금 지급 문제다.
건설공사 과정에서 발주자와 시공사, 원도급사와 하도급사 사이의 갈등은 꾸준히 존재해 왔다. 민법상 도급계약에서는 공사가 완료되면 발주자는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또한 건설산업기본법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하도급업체 보호를 위한 여러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다음과 같은 분쟁이 반복된다. 추가공사 인정 여부 분쟁 설계변경 비용 정산 분쟁 공기연장에 따른 간접비 청구 분쟁 하자 책임 범위 분쟁 기성금 지급 지연 준공 승인 지연 일부 사업장에서는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사업이 중단되거나 시행사가 교체되면서 공사대금 지급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다만 모든 사업권 해지나 계약해지가 위법한 것은 아니다. 계약상 해지 사유가 존재하고 절차를 준수했다면 적법한 계약해지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해지하거나 이미 수행된 공사에 대한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는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공사대금 청구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결국 개별 사건마다 계약서 내용과 사실관계를 검토해야 한다. 건설업 붕괴는 건설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건설사를 단순히 아파트를 짓는 기업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건설업은 철강, 시멘트, 레미콘, 유리, 창호, 전기, 설비, 물류, 장비, 금융, 설계, 감리 등 수백 개 산업과 연결되어 있다. 건설사 한 곳이 무너지면 수십 개 협력업체가 영향을 받고, 다시 수백 명의 근로자와 가족들의 생계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건설업을 대표적인 고용유발 산업으로 분류한다. 물론 무조건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이나 투기를 옹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급을 위축시키고 금융을 과도하게 경색시키는 정책이 지속된다면 결국 가장 먼저 쓰러지는 것은 자금력이 약한 지방 중소건설사들이다. 그리고 그 충격은 지역경제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균형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과 건설산업 유지라는 두 목표는 서로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다. 투기 수요는 억제하되 실수요 공급은 유지해야 하고, 부실 사업장은 정리하되 정상 사업장까지 자금 공급이 막혀서는 안 된다. 건설업계의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자조가 더 이상 현실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급정책, 금융정책, 물가연동 계약제도, 공사대금 보호장치가 함께 개선되어야 한다. 건설사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산업이 아니다. 국가 경제의 기초 인프라를 만드는 산업이다.
그 기초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그 영향은 결국 국민 모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