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동탄을 중심으로 성남, 수원, 안양, 용인까지 집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셔세권' 열풍이라고 부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으로 출퇴근이 편한 지역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양질의 일자리가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는 곳에 주택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경제 현상이다.
그러나 나는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현상을 단순히 '반도체 호황'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반도체 산업은 집값을 올리는 원인이 아니라 집값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든 촉매제일 뿐이다. 진짜 원인은 공급이다. 만약 충분한 신규 주택이 공급되고 있었다면 직주근접 수요는 자연스럽게 흡수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수도권은 착공 감소와 재건축 지연, 인허가 축소, 공사비 상승, 금융규제 등이 동시에 겹치면서 공급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따라가지 못하니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상승이 동탄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탄역 인근이 부담스러워지면 영천동으로 이동하고, 다시 수원 영통으로 이동한다. 영통이 오르면 성남 수정과 중원으로, 다시 안양과 용인으로 수요가 이동한다. 결국 하나의 도시에서 시작된 상승이 경기 남부 전체를 자극하는 연쇄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해외에서도 이미 경험한 사례다.
🗽 뉴욕은 금융산업과 IT산업의 성장으로 맨해튼 부동산이 폭등했다. 고소득 일자리가 집중되면서 수요는 계속 증가했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결국 주택은 실거주보다 자산이 되었고, 중산층은 외곽으로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화됐다. 산업의 성공이 도시 전체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반면 도쿄는 달랐다.
도쿄 역시 세계적인 기업과 고소득 일자리가 집중되어 있지만 지속적인 도심 재개발과 철도망 확충, 그리고 꾸준한 주택 공급으로 수요를 흡수했다. 특정 지역의 가격은 상승했지만 도시 전체가 투기 과열로 번지는 현상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공급이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 대한민국 은 지금 어느 길을 선택하고 있는가.
정부는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을 규제하고 세금을 강화하는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언제나 공급 부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규제가 가격을 안정시키기보다 오히려 희소성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건설 현장에서 체감하는 현실도 다르지 않다. 공사비는 계속 상승하고, 인허가는 늦어지고, 금융 조달은 어려워지고 있다. 사업성이 무너지면서 착공은 줄어들고 있다. 공급이 감소하는 구조 속에서 산업단지와 GTX 같은 호재가 더해지면 가격 상승은 피하기 어렵다. 여기서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은 '실수요 상승'과 '기대심리 상승'이 뒤섞이는 순간이다. 처음에는 직장을 따라 사람들이 집을 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투자자금을 불러들인다. 그때부터 시장은 실수요 중심이 아니라 기대심리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현재 동탄과 경기 남부 일부 지역은 이러한 전환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시장은 심리로 움직이지만, 결국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공급이다.
반도체 산업은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다. GTX도 계속 확충될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시장이 집중해야 할 과제는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공급의 속도다. 뉴욕은 공급 부족이 만든 집값 상승의 대가를 치렀고, 도쿄는 꾸준한 공급으로 균형을 유지했다.
대한민국도 이제 선택해야 한다.
반도체가 집값을 올리는 나라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산업 성장과 주거 안정을 함께 이루는 나라를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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