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아파트 1~14단지 재건축은 단순한 지역 정비사업이 아니다. 이주 대상만 2만6629가구에 달하고, 재건축 후에는 약 4만7000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급 주거지로 바뀐다. 문제는 미래의 공급보다 먼저 현실의 이주 수요가 시장에 쏟아진다는 점이다.
양천구가 ‘목동아파트 재건축 이주계획 안정화 방안 연구용역’에 착수한 것은 늦었지만 필요한 조치다. 단지별 가구 특성, 주변 주택시장, 연도별 이주 물량을 분석하겠다는 방향은 옳다. 특히 지자체가 대규모 정비사업의 이주 충격을 사전에 관리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재건축 이주는 조합과 주민의 문제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 결과는 주변 전셋값 급등과 세입자 밀려나기로 나타났다.
그러나 냉정히 말하면 이것은 아직 대책이 아니라 ‘대책을 만들기 위한 조사’다. 목동 6단지가 이미 통합심의를 통과하고 시공사 선정 단계에 들어간 상황에서 2027~2028년 이주가 현실화된다면 시간이 많지 않다. 연구용역 결과가 나온 뒤 행정 협의, 금융 지원, 임시주거 확보, 이주 시기 조정까지 하려면 지금부터도 빠듯하다.
정부와 서울시의 대응도 반쪽짜리다. 서울시는 2026~2028년 재개발·재건축 8만5000호 신속착공을 추진하고, 이주 단계 사업장에 주택진흥기금 5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공급 부족을 풀기 위한 방향은 맞다. 하지만 신속착공은 장기적으로 입주 물량을 늘리는 정책이지, 당장 이주민이 들어갈 전세집을 만들어내는 정책은 아니다. 공급 대책과 이주 대책은 시간표가 다르다. 착공은 미래 공급이고, 이주는 현재 수요다.
지금 서울 전월세 시장은 이미 빡빡하다. 관리처분·이주·철거 단계에 들어간 정비사업장이 서울에서 수십 곳에 달하고, 이주 수요가 강남·송파·서초·용산·동작·강서 등으로 동시에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목동 2만6000여 가구가 순차적으로라도 움직이면 양천구 안에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강서, 구로, 영등포, 마포, 부천, 김포, 광명까지 전월세 수요가 번질 수 있다.
양천구 발표의 장점은 분명하다.
*첫째, 이주 수요를 사전에 수치화하려는 시도다.
*둘째, 단지별 이주 시기를 분산할 근거를 만들 수 있다.
*셋째, 구청이 조합·서울시·금융기관·임대주택 공급기관 사이의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다.
*넷째, 이주 대란을 단순한 시장 문제가 아니라 행정 리스크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계도 크다.
*첫째, 구청 단독으로는 전세 공급을 만들 수 없다.
*둘째, 연구용역만으로는 이주 시기 강제 조정이나 임시주택 확보가 어렵다.
*셋째, 전월세 가격 급등을 막을 금융·세제·공공임대 연계책이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넷째, 조합 입장에서는 사업 지연을 원하지 않고, 세입자 입장에서는 이주비나 대체주거가 충분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목동 1~14단지의 이주 시기를 행정적으로 분산해야 한다. 한두 해에 물량이 몰리면 주변 전월세 시장은 버티기 어렵다.
*둘째, 공공임대·매입임대·전세임대 물량을 이주 시점에 맞춰 임시주거로 연계해야 한다. 단순 상담창구가 아니라 실제 입주 가능한 대체 물량이 필요하다.
*셋째, 정부는 정비사업 공급 속도전만 외칠 것이 아니라 이주 수요 관리표를 공개해야 한다. 어느 구역에서 몇 가구가 언제 움직이는지, 주변 전월세 시장이 감당 가능한지, 부족분은 어떻게 메울 것인지가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목동 재건축은 서울 주택공급을 늘리는 중요한 사업이다. 그러나 공급 확대라는 명분만 앞세우고 이주 충격을 방치하면, 재건축은 집값 안정책이 아니라 전월세 불안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빨리 짓자”는 구호가 아니라 “어디로, 언제, 어떻게 옮길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 답이다. 목동의 문제는 양천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정비사업 전체가 마주한 전월세 시장의 예고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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