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은 정밀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부동산 규제는 여전히 너무 넓고, 너무 늦고, 너무 거칠다. 이번에 화성 동탄구, 용인 기흥구, 구리시가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이른바 ‘3중 규제’에 묶인 것도 그 전형적인 사례다.
물론 동탄역 일대의 급등은 분명했다. 동탄역롯데캐슬 전용 84㎡가 22억원을 넘어서고, 반도체 배후 수요와 GTX 기대감이 결합되면서 일부 핵심 단지는 과열 양상을 보였다. 정부가 시장 과열을 방치할 수 없다는 명분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규제의 범위다. 동탄역 초역세권 대장 단지와 동탄 외곽의 6억원도 안 되는 주택을 같은 규제망 안에 넣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같은 행정구역 안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격 수준도, 수요층도, 투자 성격도 전혀 다른 주택을 한꺼번에 묶어버리면 정책은 투기 억제가 아니라 시장 마비로 작동한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더 큰 문제를 만든다. 실거주 의무가 붙으면 세입자가 있는 매물은 사실상 거래가 어려워진다. 가격이 떨어지기 전에 거래가 먼저 끊긴다. 매도자는 팔 수 없고, 매수자는 살 수 없고, 세입자는 이동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정부는 투기를 막겠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상 거래까지 막히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규제는 대체로 대상을 좁힌다. 싱가포르는 추가취득세와 대출규제를 통해 다주택자·외국인·법인 등 투기 가능성이 높은 수요층을 직접 겨냥한다. 캐나다도 외국인 주택 매입 금지처럼 특정 수요를 겨냥했지만,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커졌다. 뉴질랜드 역시 단기 매매 차익 과세 제도를 운용하면서도 지나치게 넓은 과세가 임대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문제를 인정하고 제도를 조정했다.
여기서 배워야 할 점은 분명하다.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는 이유로 지역 전체를 통째로 묶는 방식은 행정은 편하지만 시장에는 거칠다. 가격이 급등한 핵심 단지, 단기 반복 거래, 갭투자 비중이 높은 거래, 법인·다주택자 매수 등 투기적 수요를 정밀하게 겨냥해야 한다. 실수요자와 외곽 저가 주택 보유자까지 동일하게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더 큰 문제는 정책의 타이밍이다. 동탄역 주변 핵심 매물은 이미 5월과 6월 초 급등장에서 상당 부분 거래가 이뤄졌다. 광풍이 지나간 뒤 규제를 내놓으면 뒤늦게 들어온 실수요자와 외곽 지역 주민만 피해를 본다. 시장은 이미 움직였는데 행정은 뒤따라가고, 그 결과 규제는 투기꾼보다 일반 주민에게 더 무겁게 작용한다.
부동산 정책은 단순히 가격을 누르는 기술이 아니다. 주거 이동, 임대차 공급, 금융 접근성, 지역 산업, 교통망, 실수요자의 생애 계획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종합 정책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책은 가격이 오르면 묶고, 거래가 끊기면 풀고, 다시 오르면 또 묶는 반복에 가깝다. 시장은 점점 정부 정책을 예측 불가능한 위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탄 문제의 본질은 “왜 올랐는가”에 있다. 반도체 산업 배후 수요, GTX와 SRT 접근성, 신도시 인프라, 서울 대체 주거지로서의 경쟁력이 가격을 밀어올렸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조건 규제가 아니라 공급 확충, 교통망 분산, 자족도시 기능 강화, 실수요 금융의 정교화여야 한다. 부동산 정책은 칼이어야지 그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투기 수요를 자르는 날카로운 칼은 필요하다. 그러나 행정구역 전체를 덮는 그물식 규제는 애먼 실수요자와 외곽 주민까지 함께 묶어버린다.
동탄 외곽의 6억원 미만 주택까지 같은 규제지역으로 묶는 정책은 시장 안정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진정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고 싶다면, 이제는 “어디를 묶을 것인가”보다 “누구의 어떤 거래를 규제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은 행정 편의로 움직이지 않는다. 현장은 가격도 다르고, 수요도 다르고, 사정도 다르다. 그 차이를 읽지 못하는 정책은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혼란을 만든다.
카테고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