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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을 조였더니 서민의 사다리부터 사라졌다

by didim8204 2026. 6. 26.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은 명분상 집값 안정 대책이었다. 수도권 주택시장 과열을 막고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시장이 보여준 결과는 다소 냉정하다. 집값은 잡히지 않았고, 정책대출을 통해 내 집 마련을 준비하던 실수요자의 선택지는 오히려 줄었다.

디딤돌대출과 버팀목대출은 원래 무주택자, 신혼부부, 청년, 출산가구를 위한 금융 사다리였다. 그런데 대출 한도는 낮아졌고,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과 전셋값은 동시에 올랐다. 그 결과 정책대출을 받을 수 있는 주택 자체가 시장에서 빠르게 줄어들었다. 강서·은평 등 서울 외곽권마저 9억원 선을 넘기 시작했다는 것은 상징적이다. 이제 신생아특례대출조차 서울에서는 ‘특례’가 아니라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정책의 장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첫째, 과도한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는 있다. 둘째, 투기성 매수세에 일정한 제동을 걸 수 있다. 셋째, 정부 재정으로 운용되는 정책금융의 과열을 막는 기능도 있다. 문제는 그 칼날이 투기 수요보다 실수요자에게 더 먼저 닿았다는 점이다.

일본의 주택금융은 한국과 결이 다르다. 일본의 대표적 장기 고정금리 상품인 ‘플랫35’는 대출을 무조건 조이기보다는 장기 고정금리 구조를 통해 차주의 상환 안정성을 높이는 방식에 가깝다. 물론 일본도 금리 상승기에는 주택 구입 부담이 커진다. 그러나 정책의 핵심은 “얼마를 못 빌리게 할 것인가”보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갚을 수 있게 할 것인가”에 놓여 있다.

뉴욕도 마찬가지다. 뉴욕은 집값이 비싼 도시이지만, 저소득·중산층 첫 주택구입자를 위해 저리 모기지, 다운페이먼트 지원, 클로징 비용 보조 같은 제도를 운용한다. 뉴욕시의 HomeFirst 프로그램처럼 일정 요건을 갖춘 첫 주택구입자에게 초기 자금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은 한국과 중요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대출 총량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뉴욕은 소득과 지역, 주택가격 기준을 따져 실제 구매 진입 비용을 낮추려 한다.

한국의 문제는 정책대출 기준이 시장 가격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서울의 중저가 지역마저 9억원을 넘는 상황에서 5억원, 6억원, 9억원이라는 가격 기준은 점점 실효성을 잃고 있다. 대출 한도를 줄이면 숫자상 가계대출은 관리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무주택 서민은 매수 시장에서 밀려나고, 전세대출 축소는 월세 전환 압력을 키운다. 결국 주거비 부담은 줄지 않고 형태만 바뀐다.

더 큰 문제는 자산 격차다. 대출이 막히면 현금 부자는 버티고, 부모 지원이 가능한 가구는 매수에 나선다. 반면 소득은 있지만 초기 자본이 부족한 젊은 세대와 신혼부부는 시장 밖으로 밀려난다. 정책대출 축소가 집값을 잡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금 있는 사람만 집을 사는 시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기서 나온다.
부동산 정책은 대출을 조이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급, 금융, 세제, 임대차 시장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일본처럼 장기 고정금리 중심의 상환 안정성을 높이고, 뉴욕처럼 첫 주택구입자의 초기 진입 비용을 정교하게 보조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무차별적 대출 축소가 아니라, 투기 수요와 실수요를 구분하는 정밀한 금융정책이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이 서민의 사다리부터 걷어차서는 안 된다. 정책대출은 시장을 과열시키는 도구가 아니라, 무주택자가 최소한의 출발선에 설 수 있게 하는 안전망이어야 한다. 6·27 대책의 가장 큰 한계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집값은 그대로인데 대출만 줄이면, 시장은 안정되는 것이 아니라 서민만 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