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노조가 대형 건설사를 넘어 코오롱글로벌, 태영건설, 금호건설 등 중견 건설사까지 직접 교섭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노동위원회 역시 원청의 사용자성을 잇따라 인정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이를 노동권 강화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지만, 현장에서 직접 회사를 운영하는 중소 건설사 대표들의 심정은 다르다.
솔직히 말하면 가슴이 철렁한다.
대기업은 버틸 수 있다. 브랜드가 있고, 현금이 있고, 금융권 신용이 있으며, 수주 경쟁력도 있다. 그러나 우리 같은 중소 종합건설사는 그렇지 않다.
건설 현장에서 하루 공정이 멈춘다는 것은 단순히 하루가 지연되는 문제가 아니다. 장비비가 나가고, 인건비가 나가고, 금융이자가 발생하며, 발주처의 압박이 시작된다. 공기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까지 발생하면 중소 건설사는 한 현장만으로도 회사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대형 건설사는 노조 리스크를 공사비에 반영할 수 있다. 위험이 큰 사업은 선별적으로 수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소 건설사는 선택권이 없다. 먹고 살기 위해 들어오는 공사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이러한 현상이 결국 건설업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독일은 강력한 노동조합 국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독일 건설시장은 노조와 사용자단체가 장기간에 걸쳐 체계적인 임금 협약 구조를 구축해 왔다. 중소 건설업체들은 협동조합이나 지역 건설협회를 통해 공동 대응이 가능하다. 또한 금융지원 체계가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일시적인 공정 차질이 곧바로 도산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우리나라는 다르다.
대부분의 중소 건설사는 프로젝트 하나가 곧 회사의 생명줄이다. PF 금융이 막히거나 공사가 지연되면 곧바로 유동성 위기가 시작된다. 노조와의 직접 교섭 부담까지 추가된다면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사실상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경영 리스크가 발생한다.
프랑스 역시 건설노조의 영향력이 강한 국가다. 그러나 프랑스의 대형 건설사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한다. 국내 현장 한두 곳의 문제로 기업 전체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의 중소 건설사는 지역 단위 사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 하나가 멈추면 회사 전체가 멈춘다.
일본은 더욱 흥미로운 사례다.
일본 역시 건설노조가 존재하지만, 한국처럼 현장 중심의 강경 투쟁보다 생산성과 기술력 향상을 통한 임금 확보에 초점을 맞춰 왔다. 일본 정부 역시 지역 건설사를 보호하기 위해 공공공사 물량을 분산 발주하고 있으며, 중소 건설업체가 생존할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결국 해외 선진국 사례를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노동권 강화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중소기업이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도록 제도적 완충장치가 함께 존재하느냐는 것이다. 현재 한국 건설시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상승, 금융비용 증가, PF 위기, 미분양 증가, 공사비 급등이라는 다섯 가지 폭풍을 동시에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와의 직접 교섭 부담까지 추가된다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곳은 대형 건설사가 아니다.
지역의 작은 종합건설사들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더욱 아이러니하다.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오히려 중소 건설사의 도산을 가속화시키고, 결국 시장은 브랜드와 자본을 가진 대형 건설사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수주 경쟁에서도 마찬가지다.
발주처는 공기 지연 가능성이 낮고 노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회사를 선호하게 된다. 결국 브랜드 파워가 있는 대형사에 수주가 집중되고 중소업체는 입찰 경쟁에서 밀려난다. 결국 살아남는 기업은 더 커지고, 살아남지 못한 기업은 시장에서 사라진다. 이것이 지금 현장에서 중소 건설사 대표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현실이다.
건설 현장은 대기업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지역의 작은 종합건설사, 전문건설사, 협력업체들이 모여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만든다. 만약 정책이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진행된다면, 몇 년 뒤 우리는 노동권 확대라는 성과 뒤에서 사라진 수천 개의 중소 건설회사와 지역 일자리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건설산업의 지속가능성은 대기업의 생존이 아니라 중소 건설사의 생존 여부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지금 그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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