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문제는 누가 비용을 부담하고, 그 부담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느냐이다.
서울시는 청년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며 다양한 주거정책을 내놓고 있다. 정책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정책은 선의만으로 성공하지 않는다. 결국 재정과 시장이라는 현실을 통과해야 한다.
특히 SH가 집값의 80%를 부담하는 지분형 주택이나 대규모 공공임대 확대 정책은 초기에는 청년에게 희망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SH의 차입금은 늘어나고 부채비율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공기업의 재무구조가 흔들리면 결국 그 부담은 시민의 세금이나 공공요금, 또는 미래세대의 재정부담으로 돌아온다.
더 큰 문제는 공급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주택정책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직접 공급하고 직접 자금을 부담하는 구조가 매우 강하다. 반면 해외 선진국은 민간의 투자와 공공의 지원을 적절히 결합한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는 공공주택을 공급하지만, 장기간 축적한 국가 기금과 토지정책을 기반으로 운영한다. 단순히 공기업 부채를 늘리는 방식이 아니다.
독일은 민간 임대사업자를 적극 지원하고 장기 저리 금융을 제공해 민간 공급을 유도한다. 정부가 모든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공급하도록 제도를 설계한다.
일본 역시 공공보다 민간 공급을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규제 완화와 재건축 활성화를 통해 공급량을 확보한다. 정부는 직접 시행자가 아니라 시장이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역할에 집중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LH나 SH 같은 공기업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공기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면 나타나는 결과는 이미 여러 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부채 증가
*사업 지연
*공급 속도 저하
*민간 투자 위축
*결국 다시 공급 부족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계에서 바라보면 더욱 우려스럽다.
민간 건설사는 공사비 상승과 PF금리, 각종 규제로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은 직접 사업을 확대하지만, 공기업 역시 재무부담 때문에 공급 속도를 내기 어려워진다.
결국 민간도 어렵고 공공도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지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주택시장이다. 지속 가능한 정책은 공기업의 부채를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민간이 충분히 공급하고, 정부는 금융과 세제, 인허가를 지원하는 구조여야 한다. 정부는 집을 모두 지으려 하기보다 시장이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만드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청년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미래의 빚으로 마련한 주택이 아니라, 누구나 안정적으로 집을 구할 수 있는 건강한 주택시장이다. 그것이 결국 가장 지속 가능한 청년 주거정책이며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남기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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