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카메라 6년 새 8,576대→2만8,780대
정말 ‘안전’만을 위한 것일까?
요즘 운전을 하다 보면 유독 많이 늘었다고 느껴지는 것이 있다.
과속·신호위반 무인단속카메라다.
문제는 숫자만이 아니다.
대형 안내표지판 주변이나 터널을 빠져나온 직후, 내리막과 커브 주변 등 운전자 입장에서는 **“여기에 카메라가 있었어?”**라는 생각이 드는 장소도 있다.
제한속도를 위반했다면 당연히 운전자가 책임져야 한다. 과속을 정당화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단속카메라의 궁극적인 목적이 교통사고 예방이라면 다른 질문도 필요하다.
카메라는 과속을 못 하게 만드는 장치인가,
과속한 운전자를 많이 적발하는 장치인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질문이다. 정말 많이 늘었을까? 숫자를 확인해봤다
운전자들의 단순한 느낌만은 아니다.
경찰청 자료를 인용한 2026년 보도에 따르면 전국 무인교통단속장비는
2019년 8,576대
↓
2025년 2만8,780대로 증가했다.
6년 사이 약 236% 증가, 즉 3배를 훌쩍 넘어선 수준이다. (v.daum.net)
장비가 늘어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와 이른바 민식이법 시행, 자치경찰제 도입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단속장비 확대 등이 영향을 미쳤다. 어린이와 보행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장비라면 당연히 필요한 투자다.
따라서 “카메라가 늘어난 이유가 세금을 더 걷기 위해서다”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카메라가 3배 넘게 늘자 과태료도 크게 증가했다
카메라 증가와 함께 교통과태료 규모 역시 증가했다.
경찰청·행정안전부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교통과태료 수입은
2019년 약 7,198억원에서
2024년 약 1조3,500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v.daum.net)
여기서 주의해야 한다.
카메라 증가와 과태료 증가가 동시에 나타났다고 해서 ‘세수 확보를 위해 카메라를 늘렸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충분히 질문할 수 있다.
“단속장비가 이렇게 빠르게 증가했다면 사고 감소 효과도 그만큼 검증되고 있는가?” 이 질문에 정부가 숫자로 답해야 한다. 진짜 문제는 ‘몇 대냐’보다 ‘어디에 있느냐’다. 카메라가 3만대 가까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고가 반복되는 어린이보호구역이나 보행자 사고다발지역, 위험한 교차로와 터널 등에 필요하다면 더 설치할 수도 있다.
문제는 설치 위치와 방식이다.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충분히 인식하고 미리 감속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운전자가 카메라를 발견하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게 된다면 이것이 최선의 교통안전 방식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터널 출구나 커브 주변에서는 급제동 자체가 또 다른 위험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카메라를 보이게 하는 것’도 안전정책으로 본다
영국의 사례가 흥미롭다. 영국 교통부의 안전카메라 운영 가이드라인은 단속장비의 **가시성(visibility)**을 중요하게 다룬다.
가능하다면 운전자가 제한속도와 카메라 단속 사실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표지판을 배치하고, 카메라 역시 운전자 시점에서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과거 영국 교통부 지침에서는 제한속도에 따라 카메라 장비가 약 60m 또는 100m 정도 거리에서 식별될 수 있도록 하는 가시성 기준도 제시했다.
물론 이를 두고 “영국에서는 숨어 있는 카메라가 불법이다.” 라고 말하면 사실과 다르다.
카메라 경고표지 자체가 모든 경우에 법적으로 의무화된 것도 아니고 경찰의 단속권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정책 철학에는 참고할 부분이 있다. 잡는 것보다 먼저 감속시키는 것이다.
프랑스는 단속카메라 위치정보도 공개한다
프랑스 정부 역시 교통단속카메라 정보를 공식적으로 제공한다.
프랑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월 기준 전국 교통단속카메라는 4,029대였으며, 정부가 카메라 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관련 정보도 제공한다.
한국의 2025년 무인교통단속장비 2만8,780대와 비교하면 상당한 숫자 차이가 있다. 다만 여기서 “한국이 프랑스보다 정확히 7배 많다”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국가마다 고정식·이동식·신호위반·구간단속·어린이보호구역 장비 등을 집계하는 방법과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OECD 전체 국가 역시 동일한 정의로 단속카메라 수를 비교한 최신 공식 순위가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숫자를 억지로 비교하기보다 각 나라가 카메라를 어떤 원칙으로 설치하고 운영하는지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속카메라의 최고의 실적은 ‘과태료 0원’ 아닐까?
여기서 생각을 조금 바꿔보자. 어떤 카메라가 1년 동안 10만대를 적발해 막대한 과태료를 부과했다.반대로 다른 카메라는 운전자에게 충분히 경고하고 위험구간이라는 사실을 알려 대부분의 차량이 미리 감속했고 단속되는 차량이 거의 없었다.
과연 어느 카메라가 더 성공한 것일까?
단속 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첫 번째다.
하지만 사고예방을 기준으로 보면 두 번째일 수도 있다.
단속카메라의 목적이 교통안전이라면 많은 운전자를 적발하는 것이 성공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공개해야 할 숫자는 ‘과태료’보다 이것이다
카메라 한 대를 설치했다면 국민에게 최소한 다음 결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설치 전 사고 건수 → 설치 후 사고 건수
설치 전 평균속도 → 설치 후 평균속도
사망·중상자 수 변화
연간 단속건수
사고 감소율
설치·유지 비용
그리고 중요한 숫자 하나를 추가해야 한다. 연간 과태료 부과액
이 자료를 함께 공개하면 논쟁은 상당 부분 사라질 수 있다.
사고는 크게 감소했고 과속 차량도 줄었다면 그 카메라는 제 역할을 한 것이다.
반대로 사고 감소 효과는 미미한데 단속건수와 과태료만 비정상적으로 많다면 제한속도와 설치 위치가 적절한지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과속은 운전자의 책임이다. 그러나 단속도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과속을 했다면 운전자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
어린이보호구역과 사고다발지역에서는 더욱 엄격한 단속이 필요하다.
그러나 행정기관 역시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이 있다.
전국 무인교통단속장비가 2019년 8,576대에서 2025년 2만8,780대로 증가했다면 이제 정부가 자랑해야 할 숫자는 카메라 숫자나 단속건수가 아니다.
“이 카메라를 설치해서 사람이 몇 명 덜 죽었고 몇 명 덜 다쳤습니다.”
이 숫자가 되어야 한다.
카메라가 숨어 있을 이유가 있을까?
나는 과속카메라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고가 반복되는 곳에는 더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전을 위한 장비라면 운전자에게 당당하게 알려도 되지 않을까.
“전방 사고다발구간입니다.”
“제한속도 60km입니다.”
“과속단속 중입니다. 속도를 줄이십시오.”
운전자가 그 경고를 보고 미리 감속한다.
그래서 사고가 줄어든다.
그리고 결국 단속되는 차량까지 줄어든다.
그렇다면 과태료 수입도 감소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과속단속카메라가 성공했다는 증거 아닐까?
카메라는 운전자를 잡기 위해 존재하는 장비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과속카메라 최고의 실적은
‘몇 대를 잡았느냐’가 아니라
‘몇 건의 사고를 막았느냐’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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