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매가격, 전셋값, 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이른바 '트리플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재건축 입주권과 분양권 가격까지 급등하며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단순히 투기 수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장을 오랫동안 지켜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현재의 가격 상승은 투기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 바로 공급 부족이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
부동산 시장은 결국 수요와 공급의 균형으로 움직인다. 아무리 규제를 강화하고 세금을 올려도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서울의 주택 인허가와 착공 물량은 최근 몇 년 사이 급감했다. 주택은 인허가부터 준공까지 최소 3년에서 5년이 걸린다. 지금의 공급 감소는 3~5년 뒤 입주 물량 감소로 이어지고, 시장은 이미 이를 예상하며 미래 가치를 현재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 완공되지도 않은 입주권과 분양권 가격이 먼저 폭등하는 것이다.
공급 부족이 물가 상승을 부른다. 주택 공급 부족은 단순히 집값만 올리는 것이 아니다.
주거비는 모든 경제활동의 출발점이다. 월세가 오르면 자영업자는 임대료 부담을 가격에 전가한다. 직장인은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한다. 기업은 인건비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한다. 결국 주거비 상승은 음식값, 서비스 요금, 공사비,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지며 전체 물가를 밀어 올리는 구조가 형성된다.
🇺🇸 미국연방준비제도(Fed)가 주택 임대료를 물가의 핵심 지표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택 가격 상승은 단순한 부동산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인플레이션 문제인 것이다.
🇪🇺 유럽이 보여준 실패 사례
최근 일부에서는 월세 폭등을 막기 위해 월세 상한제와 임대료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럽의 사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2020년 '렌트 캡(Rent Cap)'이라는 강력한 임대료 상한제를 도입했다. 초기에는 세입자들이 환영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집주인들이 임대를 포기하고 매물 자체를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신규 임대주택 공급이 감소했고 오히려 임대 가능한 주택 수가 급감했다. 결국 임대주택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법원은 위헌 판결을 내렸다.
🇸🇪 스웨덴 스톡홀름은 더 심각하다. 수십 년간 임대료 통제를 실시한 결과 임대주택 대기기간이 10년에서 20년 이상으로 늘어났다.
합법적 시장이 마비되자 불법 전대와 웃돈 거래가 성행했다.
🇵🇹 포루투칼 리스본 역시 임대료 규제 강화 이후 신규 공급이 감소하면서 오히려 임대료가 더 빠르게 상승하는 역설을 경험했다. 공통점은 하나다. 가격을 억누르면 공급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일본 은 왜 달랐을까? 반면 일본 도쿄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도쿄는 집값이 오를 때마다 공급을 확대했다. 용적률을 완화하고 재건축 규제를 줄였으며 민간 사업자의 개발을 적극 허용했다. 그 결과 도쿄는 인구가 증가했음에도 주택 공급이 지속적으로 늘어났다.OECD 국가 중에서도 드물게 장기간 주거비 안정에 성공한 도시로 평가받는다. 집값을 잡고 싶다면 가격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 한국이 가야 할 길
한국 역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만약 공급 부족을 외면한 채 세금 인상, 거래 규제, 임대료 통제에만 의존한다면 유럽이 겪었던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전세는 점점 사라지고 월세는 상승할 것이다.
월세 부담은 서민과 청년층에게 집중될 것이고, 결국 정부는 또다시 월세 상한제와 임대료 규제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 해결책이 아니다.
해결책은 명확하다.
*첫째,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둘째, 민간 건설사의 사업성을 보장해야 한다.
*셋째, 인허가 절차를 단축해 공급 속도를 높여야 한다.
*넷째, 공사비 상승을 반영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수도권 핵심 지역의 고밀도 개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집값은 정부가 발표하는 정책 문구로 움직이지 않는다. 시장은 미래 공급량을 보고 움직인다. 지금 서울의 입주권과 분양권 가격이 폭등하는 이유는 투자자들이 앞으로의 공급 부족을 이미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부동산 시장의 해답은 규제가 아니라 공급이다. 그리고 공급 없는 집값 안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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