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의 선의는 있었지만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공공택지의 민간 매각을 중단하면서 "공공이 직접 시행하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은 PF 위기와 금리, 공사비 상승에 흔들리지만 공공은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은 의지만으로 공급되는 산업이 아니다.
최근 드러난 현실은 정책의 의도와 상당한 거리가 있다. 민간 매각이 중단된 상당수 택지가 아직 사업 방향조차 확정되지 못하고 있으며, 지구계획 변경과 공급 방식 재검토가 진행되면서 사업 일정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특히 수도권 핵심 택지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시장이 느끼는 공급 공백은 더욱 크다. �
한국토지주택공사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LH는 이미 170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다. 여기에 민간이 부담하던 개발 리스크까지 직접 떠안게 된다면 재무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사장 공백 장기화까지 겹치면서 대규모 사업의 의사결정 속도 역시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공이 사업을 맡았지만 오히려 공공의 한계가 드러나는 구조가 된 것이다.
건설업계의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민간은 자금 조달 능력과 사업 경험, 분양 전략을 갖고 있다. 반면 공공은 인허가와 행정에는 강하지만 사업성과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렵다. 주택 공급은 공공과 민간 가운데 누가 더 우월한가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더 빨리 공급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정부는 민간이 늦다고 판단해 공공 중심으로 방향을 바꿨지만, 결과적으로 민간도 멈추고 공공도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공급이 늦어질수록 신축은 부족해지고 분양가는 상승한다. 기존 아파트 가격도 올라간다. 전세 물량은 줄고 월세는 상승한다. 결국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지고 무주택자의 부담은 커진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몇 년간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주택 공급은 어느 한 기관이 독점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공공은 기반시설과 인허가, 주거복지를 담당하고 민간은 자본과 기술, 사업 추진력을 담당하는 역할 분담이 가장 현실적이다.
시장은 경쟁이 있을 때 속도가 난다.
공공이 모든 것을 하겠다는 발상도, 민간에게만 맡기겠다는 발상도 모두 한계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의 자존심이 아니라 공급의 속도다. 민간을 배제하는 공급 정책보다 민간을 활용하는 공급 정책이 더 많은 집을 더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면, 정부는 정책 방향을 유연하게 수정해야 한다. 주택시장은 이념이 아니라 공급량으로 움직인다. 결국 국민이 원하는 것은 공공이냐 민간이냐가 아니라 **"언제, 얼마나 많은 집이 공급되느냐"**라는 단 하나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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