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임대인 제도 축소와 전세시장 구조 변화가 초래할 장기 부작용
한국의 전세제도는 단순한 임대차 방식이 아니라, 임차인에게는 월 주거비를 낮추는 금융 대체 수단이고, 임대인에게는 주택 보유 비용을 조달하는 사적 금융 구조였다. 그러나 최근 전세시장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상생임대인 제도 폐지 가능성, 실거주 중심 세제 강화, 전세보증 규제 강화, 고금리, 임대차법 이후의 시장 불확실성, 그리고 서울·경기 핵심 수요지의 공급 부족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생임대주택 제도는 임대인이 직전 계약 대비 임대료를 5% 이내로 인상하면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위한 2년 실거주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아주는 제도였다. 이는 고가주택 보유자의 절세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동시에 민간 임대인에게 전세가격 급등을 억제할 유인을 제공했다. 제도가 폐지되거나 축소될 경우 임대인은 더 이상 전세보증금 인상을 억제할 이유가 줄어든다. 그 결과 전세금 급등, 월세 전환, 매도 또는 실거주 회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임대인의 세금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세 물량이 줄면 무주택 실수요자는 선택지를 잃는다. 월세로 전환되면 매달 현금 유출이 커지고, 청년·신혼부부·저소득층의 저축 여력은 약화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내 집 마련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계층 이동 사다리를 약화시킨다. 국토연구원도 임대차시장의 월세화가 임차가구의 주거비 부담 증가와 비자발적 주거이동을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과 경기 핵심 지역의 전세 부족은 수요 실패의 결과이기도 하다. 인구 감소 지역이나 수요가 약한 지역에는 공적 자금과 보증이 투입되지만, 실제 주거 수요가 집중된 서울·수도권에서는 도시 비대화, 투기 억제, 1가구 2주택 규제 등의 명분으로 민간 공급과 임대 공급을 위축시켜 왔다.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서 공급을 억제하면 가격은 오르고, 임차인은 더 먼 지역으로 밀려난다. 이는 통근 비용 증가, 출산·결혼 지연, 지역 간 자산 격차 확대라는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온다.
전세의 멸종 가능성은 과장된 표현만은 아니다. 전세는 금리가 낮고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있으며 임대인이 보증금을 운용할 수 있을 때 유지된다. 그러나 고금리, 보증 사고 증가, 전세사기 이후 보증 규제 강화, 임대인 세제 불확실성이 커지면 전세의 경제적 매력은 줄어든다. 2026년 서울 임대차 실거래 연구에서도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요건 강화 이후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계약 비중이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비아파트와 중·저가 임대주택에서 월세 전환 압력이 더 크게 나타났다.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일관성 부족이다. 정부가 한편으로는 임차인 보호를 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민간 임대인이 전세를 유지할 유인을 제거하면 시장은 위축된다. 임대인을 모두 투기 세력으로 간주하고 세제·대출·보증 규제를 동시에 강화하면, 임대인은 전세를 공급하기보다 월세 전환, 매도, 실거주 회수, 공실 유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그 피해는 결국 세입자에게 전가된다.
따라서 전세시장 안정 대책은 단순한 임대료 통제나 세금 강화가 아니라, 수요가 있는 지역에 실제 공급을 늘리는 방향이어야 한다. 서울·경기 핵심 지역의 정비사업, 소형·중형 아파트 공급, 민간 임대사업 정상화, 전세보증 제도의 합리적 조정,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예측 가능한 세제 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상생임대인 제도는 고가주택 절세 악용을 차단하되, 임대료 5% 이내 인상이라는 공익적 기능은 유지하는 방식으로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론적으로 전세 감소는 단순한 시장 변화가 아니라 정책 불신, 공급 부족, 금융환경 변화, 세제 불확실성이 결합된 구조적 현상이다. 전세가 사라지면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은 커지고, 서울·수도권 진입 장벽은 높아지며, 청년층의 자산 형성은 더욱 어려워진다. 정부는 전세를 억지로 보존할 수는 없지만, 전세가 급격히 붕괴될 때 발생할 사회적 비용을 줄일 책임은 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허용하고, 민간 임대인을 시장 안정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